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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Feb 14.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2

라카이아에서 티마루까지 107km

2023년 12월 24일 -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2일 차


경로 및 거리: 라카이아(Rakaia) - 티마루(Timaru) 107km

총 주행거리: 162 km

뉴질랜드에 오고 나서 하룻밤이 지났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다. 아직까진 크리스마스가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에서 하루 이동 거리는 순전히 갈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먹고 쉬고 잘 수 있는 마을이 어디 있는지로 결정된다. 어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55km를 달려온 것은 그렇게 해야 도시 간 이동거리가 맞기 때문이다. 오늘은 107km 떨어진 티마루까지 가야 한다. 어제저녁에 튀김 쪼가리에 맥주로 저녁을 대충 때웠다. 문제는... 겨우 그렇게 먹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니님이 모닝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한다. 아침 산책 겸 카페를 찾아 동네를 거닐어본다. 어제와는 다른 느낌의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다.  


뉴질랜드의 카페엔 처음 와본다. 롱블랙, 숏블랙, 플랫화이트... 그냥 자기네 식대로 부른다.


마을에서 출발하면 바로 1번 국도로 달리게 된다. 연휴라 여전히 놀러 가는 차들이 많은지 생각보다 차들이 많이 다닌다.


티마루까지 100km가 넘게 가야 한다. 오늘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길게 달리는 날일 듯하다.


35km쯤 달리면 에쉬버튼(Ashburton)이란 조금 큰 동네에 들어가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이 정도면 상당히 큰 마을이다.


벌써부터 차들 때문에 지긋지긋한 1번 국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어서 에쉬버튼 시내로 들어간다. 뉴질랜드에서 어느 정도 큰 마을은 중심에 공중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도 들르고 마을 자전거길로 슬슬 달린다.


여기서 적당히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자꾸만 달리다 보니 시내를 벗어나 다리를 건넌다.


다행히 다리 건너에도 마을이 이어진다.


마을이 끝나기 직전에 케밥과 피자를 파는 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케밥을 주문해 먹는데 우리가 먹는 사이에도 사람들이 계속 케밥을 포장해 간다. 동네 맛집인가 보다.


열심히 달리는데 길 가에 파란 것들이 보인다. 뉴질랜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라벤더 농장이다.


분명히 초원은 광활하게 펼쳐지지만 각각의 큰 농장들을 구별하려고 하는지 성벽같이 높은 나무 울타리가 많다. 이 나무 울타리 덕분에 시야가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맑디 맑은 하늘에 구름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오늘은 큰 언덕이 없는 평지 코스가 대부분이다. 구글 지도에서 살펴보면 완만한 평지 구간이라고 고도표도 안 보여주는데 실제로는 은근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다. 완만한 평지라고 하는 구글 관계자들 모두 한 번 실제로 타보라고 하고 싶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테무카로 접어든다. 출발점인 라카이아에서부터 약 85 km 구간이다. 갑자기 40km를 사진 없이 훅 넘은 느낌이겠지만... 정신없이 달리는 차들 신경 쓰고 초록벌판에 양과 소만 나타나는 걸 반복하다 보면 정말 무념무상으로 달려야 한다. 뉴질랜드 1번 국도 구간은 이렇게 힘들면서 재미도 없는 구간이다.


한참을 달렸으니 잠시 화장실에 들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 동네에 사람도 문 연 상점도 얼마 없다.


마을길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1번 국도를 벗어나려고 애를 써보지만 결국 1번 국도에 다시 합쳐진다. 비포장길을 달릴 수가 없으니 1번 국도를 따라가야 하는데 MTB나 비포장을 갈 수 있는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몇 없기 때문에 1번 국도를 피할 수가 없다. 아예 위쪽 산맥 방향으로 달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너무 돌아가게 된다.


그래도 어찌어찌 티마루에 도착했다.


오늘도 에어 B&B에 묵기로 했다. 저녁에 비소식이 있지만 일단 저녁식사부터 챙겨 먹어야 한다. 숙소에 들어갔더니 침실 외에는 공용으로 쓰는 방식이라 먼저 온 아저씨가 한 분 있다.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집 안을 여기저기 안내해주는데 화장실을 보여주더니 고통스럽게 씻는 시늉을 한다. 이 의미를 아직 잘 몰랐다.


힘들게 달렸으니 스테이크와 와인을 먹기로 한다. 마침 그나마 가까운 식당이고 좀 늦게까지 여는 곳이 이 스테이크 집이다. 와인도 한 잔 하니 비용이 꽤 나오지만.... 뉴질랜드에서 한국보다 싼 것은 스테이크 밖에 없는 듯하다.


스테이크를 먹고 나오니 소나기가 내리다가 그친다. 해가 저무는 지금은 저녁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뉴질랜드 남섬이 위도가 높다 보니 여름에는 해가 길고 대신 겨울에는 해가 극도로 짧다.


오늘 에어 B&B 숙박비가 이상하게 싸다 했더니 샤워기가 없고 수도꼭지가 분리되어 냉수와 온수가 따로 나온다. 바가지 하나 없으니 뜨거운 물과 찬물을 번갈아가면서 간신히 씻었다. 뉴질랜드 달러로 100달러 이하로 숙박하면 무언가 하나씩 하자가 있다는 걸 아직 깨닫기 전이다.


해가 늦게 지고 공기가 맑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전체적으로 비싼 물가는 이틀 만에 절실히 느껴진다. 뉴질랜드 여행기를 보면 다들 슈퍼에서 장 봐서 해 먹는 게 많은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큰 도시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1번 국도에 차들이 많지만 보급이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아무것도 없는 촌동네가 대부분이라는 걸 조만간 크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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