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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06.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4

오아마루에서 와이타티까지 105km

2022년 12월 26일


경로 및 주행 거리: Oamaru- Waitati 105km

총 누적 거리 : 354km



뉴질랜드의 여름은 아침 7시만 되어도 대낮같이 환하다. 어제저녁에 장 봐둔 식량으로 아침을 먹는다. 한국에서 파는 가격을 생각하면 컵라면이 결코 저렴한 게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 음식들에 비하면 그나마 싼 편이다. 푸호이 밸리 커피우유는 크림이 들어가서 그런지 좀 느끼하고 달달한 맛인데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래도 내 입맛에는 잘 맞는다. 커피맛이 가장 인기라 커피맛만 재고가 없을 때가 많다고 한다.


오늘도 달려야 할 거리가 꽤 길 테니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한다. 어제는 하루 종일 굶었는데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 단 아침 식사를 든든히 했고 가는 길에도 식당이 있는 좀 큰 마을들을 지나니 굶지는 않을 것이다.


오아마루에서 와이아나카루아(Waianakarua)까지는 1번 국도 피해서 둘러갈 수 있다. 카운트다운 마켓 앞에서 1번 국도를 벗어나서 오아마루 중심가의 성당 쪽부터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해변을 따라 달리는 길이 있다.


높지 않은 언덕들을 몇 번 올라가야 하는 루트지만 1번 국도의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오아마루를 벗어나서 골프장을 지나면 푸른 바다가 보인다.


한쪽은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 다른 한쪽은 푸르른 바다. 그리고, 차가 별로 안 다니는 조용한 도로. 내가 원하던 뉴질랜드 풍경이 여기에 있다.


풍경을 즐기면서 달리다 보면 마을이 나타난다. Kakanui라는 마을이다.


바다와 연결된 작은 석호도 있다. 호수 위에 블랙 스완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이 바닷가 길은 28km 정도 이어지다가 1번 국도와 합쳐진다.


좋은 풍경이 아쉽지만 1번 국도와 합쳐지는 마을인 Waianakarua에 도착했다.


여기엔 울타리 나무를 닭처럼 깎아놓았다. 달걀까지 있으니 더욱 그럴싸하다.


1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그다음 마을 Hampden을 지나게 된다.


Hampden은 1번 국도가 지나는 작은 언덕 꼭대기에 마을 중심이 있다. 마침 문 연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현지 식당은 피시 앤 칩스나 햄버거가 주 메뉴다. 핫도그와 생선튀김을 주문해서 음료수와 함께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다. 다음 날 배탈이 났는데 아무래도 좀 특이한 맛이 나던 핫도그가 원인인 듯하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갈매기들이 와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래도 눈치만 보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 갈매기들처럼 약탈하지는 않는다.


카티키(Katiki)부터는 1번 국도도 해변을 따라간다. 1번 국도 자체는 생각보다 바다 가까이를 달리는 일이 많지 않다.


Shag point라는 마을 삼거리에서 마을길로 들어간다. Shag point의 삼거리에서 큰길을 벗어나 편도 3km 정도를 달리면 길 끝에 Shag point look out이란 전망대물개 서식지가 있다. 막다른 길이라 다시 돌아 나와야 하는 이 길 때문에 6km 정도 더 달리게 되지만 물개가 있다니 보러 가야지.


길은 마을 끝에서 비포장길로 변했다. 그래도 노면이 거칠지 않고 지니님 자전거의 타이어도 투어링용으로 바꿔놓으니 잘 달린다.


길 끝에 주차장이 나오면 여기서부터 도보길이다.


사람도 없으니 자전거를 끌고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물개들이 사는 해안의 언덕 위에 도착한다.


여기저기에 물개들이 흩어져 있다.


내려가는 길이 있어서 좀 더 가까이 갈 수도 있지만 멀찍이서 쌍안경으로 보고 핸드폰 줌 촬영으로 사진을 찍는다. 가까이에서 보기엔 샌디에이고 라호야 비치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여기는 슬복슬한 Fur seal들이 산다.


물개들을 실컷 보았다. 그런데,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시 마을 삼거리로 돌아가서 언덕길을 넘어 달리다 보면 Palmerston에 도착한다. 규모가 있는 마을이라 상점이나 식당이 있어서 쉬어가는 포인트로 적당하다. 오늘은 아직 연휴 중이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어도 추가 요금이 붙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는다. 비싸긴 해도 아주 맛있다.


Palmerston의 산 꼭대기에는 감시탑이 하나 세워져 있다. 


Palmerston을 벗어나면 다시 푸른 벌판이다.


식당과 매점이 있는 Waikouaiti는 그냥 지나간다. Palmerston에서 충분히 쉬어준 덕분이다.


Waikouaiti를 지나면 이정표에 경치 좋은 루트(Scenic route) 표시가 있다. 쪽의 경치 좋은 해안길을 달리는 Southern scenic route이다. 당연히 이쪽으로 가야 하니 이정표를 따라서 1번 국도를 벗어나 Karatane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이대로 1번 국도로 가면 차들과 함께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Karitane에는 가게가 딱 하나 있다. 매점 겸 식당 겸 주유소인 만물상이다. 오아시스 같은 곳이니 잠시 쉬어간다.


이다음 마을은 Seacliff다. 동네 이름이 바다 절벽이라니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다.


언덕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보인다.


아직 Seacliff는 안 나타났는데 내리막을 쭉 내려간다. 기찻길도 이리로 지나가는지 철도 건널목을 두 번 만난다.


Seacliff를 지나서 좀 더 달리면 Southern Scenic route는 다시 1번 국도와 만난다. 합쳐지는 곳에 경찰이 차량들을 통제하는 중이다. 우리가 우회해서 벗어난 구간에 사고가 발생해서 교통 통제가 되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Waitati가 얼마 안 남았다.


남섬에서 큰 도시 중 하나인 더니든까지 100km 넘게 달려서 산을 넘어가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 Waitati의 민박집을 예약해 두었다.


민박집에 도착했다. 숲 속의 한적한 곳에 있는 조용한 민박집이다.


근처에 사 먹을 곳이 하나도 없는 대신 예약하고 추가 비용을 내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주인아주머니가 채식주의자인지 온통 풀들로 구성된 조촐한 식사다.


화창하던 날씨가 잔뜩 흐려졌지만 늘도 무사히 잘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박싱 데이라고 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연휴 기간이다. 그래도 1번 국도를 따라가는 구간이라 그런지 식당이나 가게들이 많이 열어서 보급에 큰 문제는 없었다.


중간의 물개 서식지는 6km를 왕복해야 하지만 들러볼 만한 곳이었다. 자연 속의 야생 동물들을 보는 것이 뉴질랜드에 와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저번 티마루에서도 민박집을 이용했는데 그때는 저렴한 대신 욕실이나 화장실이 영 별로였다. 여기도 저렴한 대신... 변기가 친환경이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재래식은 아닌데 친환경이다... 그래도 거리 상으로 적당한 곳에서 먹고 잘 수 있으니 그것 만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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