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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13.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5

와이타티부터 모스기엘까지 39km

2022년 12월 27일


경로 및 이동거리 : Waitati - Mosgiel 39km

총 이동 거리 : 393km


오늘은 와이타티에서 모스기엘까지만 가기로 한다. 더니든에서부터 인버카길로 가는 구간은 점점 마을이 적어지고 그중에서 쉬었다 갈 수 있을만한 큰 마을이 몇 없기 때문에 큰 마을까지 최대한 달려서 많이 가거나 더니든 바로 옆 큰 마을인 모스기엘까지만 달리면서 거리를 조절해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도 안 좋으니 조금 짧게 달리기로 했다. 더군다나 더니든을 지나 모스기엘까지 가려면 언덕을 두 개를 넘어야 한다.  


조용한 마을의 조용한 민박집에서 잘 자고 일어났다. 이 민박집의 장점은 아침을 준다는 것이다. 비록 변기가 이상했지만...


주인아주머니가 건강식을 좋아하는 듯 하니 계란도 기름이 아니라 끓는 물에 익힌다. 따듯한 홍차와 수란처럼 물로 익힌 계란을 토스트에 올린 조촐한 아침이다.


인사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내 자전거에 펑크가 나있다. 시작부터 맥이 빠지지만 제대로 고치고 출발한다.


집 안팎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강아지 녀석이 구경 왔다. 이 녀석은 주인아주머니하고도 그리 안 친하고 우리한테도 살갑게 굴지는 않는다.


튜브를 교체하고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하늘이 잔뜩 흐리다.


지니님은 민박집의 친환경 화장실이 싫다고 마을 공용 화장실에 들른다. 마을마다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특히 여기 화장실은 무언가 특색 있게 꾸며놓았다. 난 안 들어가 봐서 모르지만...


남섬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는 더니든으로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1번 국도로 Leith valley를 넘는 길은 자전거나 보행자 통행금지이다. 자전거나 보행자는 중간까지 올라가다가 비포장길로 우회해서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같은 도로용 자전거는 Mount Cargill road를 따라 더니든 북부나 Port Chalmer로 가야 한다. 우리는 더니든 북부로 가기로 한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궂은 날씨에 오르막길을 오른다. 생각보다 완만하지만 짧지는 않은 오르막이다.


중간에 Mount cargill을 지나 Port Chalmers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궂은 날씨에 Port Chalmers로 돌아서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더니든 북부로 간다.


울창한 숲 속을 한참 올라가는 느낌이다.  바닷가에서 출발해서 해발 400m까지 올라가야 하니 오르막길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날씨가 좋았다면 꽤 멋질 듯한 경치다. 대신, 날씨가 흐리니 덥지는 않다.


거의 정상쯤 올라오니 Port Chalmers 쪽이 내려다보인다.


저 건너편이 더니든에서 갈 수 있는 더니든 화산과 라나흐 성이 있는 곳인 듯한데 성이라기엔 작은 건축물이라 보이진 않는다.


이 아래가 Port Palmers 쪽이다.



이제 내리막길을 따라 더니든 시내로 쭉쭉 내려간다.


내가 도시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도로 옆에 자전거 길이 나타나면 도시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다. 아침으로 먹은 토스트와 계란의 열량은 오르막길 하나 넘으니 사라졌다. 역시나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들을 찾아가 보니 문을 닫았다. 일단 시내 중심가 쪽으로 간다. 다행히도 중심가 쪽의 중국인들이 하는 식당들은 문을 열어놨다. 김치볶음밥과 규동을 주문했다. 규동도 맛있긴 한데 김치볶음밥이 제대로 만들어져 나왔다. 훌륭한 김치볶음밥이다.


원래 가려던 식당들을 갔으면 최대한 번잡한 더니든 시내를 피해서 그대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이왕 시내로 들어왔으니 가장 중심가인 옥타곤 쪽으로 가본다. 별거 없이 상점들이 죽 늘어서 있는 상점가를 지나면 더니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회전 로터리가 나온다. 그 회전 로터리의 중심은 버스들만 들어올 수 있다.


이 옥타곤에는 로버트 번즈의 동상이 있다. 뉴욕 맨해튼 공원에도 거의 똑같이 생긴 동상이 있다. 다른 곳에도 똑같은 동상이 두 개 더 있다고 한다. 로버트 번즈는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낭만주의의 창시자 중 하나라고 한다.


이제 모스기엘로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고개... 생각보다 엄청 가파르다. 언덕 정상까지 천천히 끌고 올라간다. 오늘 여정을 짧게 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작지만 경사가 심한 언덕을 하나 넘어서 잠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다. 길 이름이 3마일 언덕길(3 miles hill  Rd)이라니 진짜 3마일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 꼭대기에 거의 다 올라왔다. 바로 직전에 모스기엘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 나오는데.... 비포장인 듯하다. 그냥 포장길로 올라간다.


언덕을 쭉 내려가면 드디어 모스기엘에 도착한다.


마을에 차는 줄줄이 주차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이 차 주인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그리 많이 타지도 않았는데 오르막길이 많아서인지 힘이 들었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나니 지니님이 코인빨래방에 가서 세탁을 하자고 해서 가봤는데 신용카드 승인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대충 빨래한다.


날이 잔뜩 흐려도 비는 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환하게 밝지만 저녁 먹을 시간이다. 여전히 제대로 문 연 식당이 얼마 없으니 먹을만한 식당을 검색해서 간다.


샐러드와 양은 좀 적었지만 맛있는 감바스 알 아히요를 주문하고


메인은 폭립이다. 외식비가 비싼 뉴질랜드에서 15000원짜리 피시 앤 칩스나 20000원짜리 햄버거를 먹느니 이 폭립을 먹는 편이 가성비도 맛도 좋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대형 마트인 카운트다운에 들러서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사 온다. 익숙한 라면이 보이니 또 하나 집는다. 난 라면이나 컵라면을 그리 안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샌드위치보다는 라면이 낫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비싼 과일들도 아침 식사용으로 추천한다. 과즙이 많은 사과를 몇 개 집는다.


흐린 날씨 속에 짧지만 강렬한 쌍봉낙타 코스를 넘어간 하루였다.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더니든 양쪽의 길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중에 그나마 차량 통행이 적은 길을 잘 골라서 넘었다. 아직도 연휴인지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태반인데 큰 슈퍼마켓이나 중국인들이 하는 식당들은 영업을 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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