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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0.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6

모즈기엘부터 발클루사까지 66km

2022년 12월 28일


경로 및 주행 거리 : 모즈기엘(Mosgiel) - 발클루사(Balclutha) 66km

총 주행거리 : 460km


모즈기엘에서 출발해서 발클루사까지 가는 오늘은 또 1번 국도를 그대로 달려야 하는 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니든을 지나서 교통량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어제는 날씨가 컴컴하게 흐리더니 밤새 날이 맑아졌다. 모즈기엘에서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쉬었다. 어제 슈퍼에서 사다 놓은 라면과 과일로 아침을 먹는다. 외식 물가가 높은 뉴질랜드에서 하루 세끼를 다 식당에서 사 먹다가는 거덜 난다. 침은 가능하면 숙소에서 먹고 점심은 간단히, 저녁은 제대로 잘 먹는 식으로 다닌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1번 국도로 달려야 하는 날이다. 모즈기엘에서 1번 국도로 들어가기 전에 샛길이 있어서 약간이나마 1번 국도를 피해 간다.


골프장 근처에서 다시 1번 국도로 나와서 달린다. 대도시인 더니든도 지나고 연휴도 끝났으니 교통량이 적어지긴 했는데 대신에 차들이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린다. 1차선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니 최대한 갓길로 피해도 위협적이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인 와이호라를 지나간다.


며칠 전부터 그랬지만 도로 옆엔 온통 들판과 양들 뿐이다. 양이 없다면... 소가 있다.


큰 변화가 없는 초원뿐인 풍경을 보며 넋 놓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40km를 달렸다. 오늘 지나가는 마을 중에 그나마 큰 마을인 밀에서 점심을 먹을 겸 쉬어가기로 한다.


외국에서 어차피 샌드위치를 먹어야 한다면 서브웨이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빵을 따듯하게 데워주고 다양한 토핑이 들어가니 어지간한 개인 가게들보다 낫다. 래봐야 빵이지만... 나는 스스로 한식보다 양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외국 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완전한 한식파인 걸 깨았다.


어제도 짧게 달렸지만 오늘도 달리는 거리가 짧다. 그렇다고 이틀 달릴 거리를 합쳐서 어제 와이타티에서 발클루사까지 100km를 달렸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무리해서 많이 가는 것보다 일정에 늦지 않게 꾸준히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표지판에 앞으로 가야 할 고어와 인버카길까지 안내되어 있다. 이제 22km만 더 달리면 오늘 목표인 발클루사다.


발클루사에 도착했다. 거리는 길지 않은데 은근히 더운 날씨 때문에 지쳤다. 


발클루사는 클루사 강에 생긴 도시다. 마을 한가운데에 발클루사 다리가 있다. 숙소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다. 음료수부터 한 잔 하고 체크인을 한다. 세탁기에 빨래도 돌린다. 유료든 무료든 입었던 자전거옷 세탁을 세탁기로 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편하다.


아직 해가 머리 위에 있지만 이미 저녁 먹을 시간이다. 발클루사 다리로 클루사 강을 건너서 식당을 찾아간다. 외국에 나가보면 수중보가 설치된 우리나라의 강들만큼 넓은 강을 보기 힘든데 클루사 강은 뉴질랜드치고는 꽤나 넓은 강이다.


오늘은 인도 요리를 먹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시바신의 아들인 코끼리 머리의 가네샤가 눈길을 끈다. 여기 뉴질랜드도 코로나로 포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식당에 손님은 얼마 없는데 포장된 음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끓이질 않는다.


맥주와 탄두리치킨 그리고 밥과 해물카레를 주문해서 먹는다. 여행하면서 인도 음식점을 한 번 정도는 가게 되고 맛있게 먹긴 하는데 이상하게 두 번은 가지 않게 된다.


치킨은 역시 조금 다이어트를 한 녀석인 듯하다. 우리나라만큼 맛있는 치킨은 하와이의 훌리훌리 치킨 밖에 없었다. 


카레는 기대했던 것보다 꽤 맛있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쉬다가 마당에 나와보니 저녁 밤하늘이 아주 맑다. 낮이 길어 10시 넘어서 해가 지니 12시가 되어도 서쪽 하늘에 여명이 미하게 남아있다. 그러다 보니 공기가 깨끗한 뉴질랜드 남섬이라고 해도 한밤중의 하늘을 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참에 별을 보러 숙소 앞마당에 나간다. 별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오리온자리와 오리온 대성운이다. 그런데 반대로 뒤집혀있다. 뉴질랜드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북반구의 별들이 거꾸로 보인다.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도 찍어보았다. 원래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지만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건 쉽지 않다. 자주 보던 밤하늘은 거꾸로 뒤집히고 북반구에서 못 보던 별자리들이 잔뜩 있으니 낯설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아직 뉴질랜드의 연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고 도로에는 놀러 다니는 차들이 많다. 2023년 새해가 며칠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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