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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Mar 27.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7

발클루사부터 고어까지 74km

2022년 12월 29일


주행 경로 및 거리 : 발클루사(Balclutha) - 고어(Gore) 74 km

총 주행 거리 : 534km


오늘은 발클루사에서 고어까지 달린다. 해변 쪽으로 트린스라는 야생동물이 많은 좋은 곳을 지나는 길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먹고 쉬고 잘만한 마을이 없다. 아직 크리스마스-새해 연휴가 안 끝났으니 모험은 피해야 한다. 아쉽지만 보급이 쉬운 큰길을 따라서 큰 마을인 고어로 간다.


발클루사에서도 편하게 잘 잤다. 어제저녁 먹고 마켓에서 장 봐둔 것들로 아침을 먹고 슬슬 출발한다. 오늘은 74km 정도만 달리면 된다.


발클루사는 언덕에서 아치교와 큰 강이 보이는 마을이라 뉴질랜드의 다른 마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뉴질랜드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드문드문 있다. 바다는 하나도 안 보이는 마을이지만 이 다리가 최하류에 있는 다리이고 이 위에는 15km는 가야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당연히 근처의 모든 차들이 발클루사 다리로 모이니 큰 차들을 피해서 보행로로 다리를 건넌다.


마을 중심의 삼거리에서 작은 길로 가면 카트린스(Catlins)로 갈 수 있다. 물개와 펭귄이 살고 다른 야생동물들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르게 말하면 뉴질랜드에서도 깡촌이란 소리다. 카트린스를 경유해서 인버카길까지 가려면 문을 연지 안 연지 모르는 작은 매점과 작은 여관이나 민박만 몇 개 있는 길로 작은 마을들을 지나서 뉴질랜드 최남단인 슬로프 포인트를 거쳐 170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물개와 펭귄을 보고 싶지만 연휴 중간이라 먹고 쉬고 잘 방법이 보장되지 않기에 카트린스는 포기한다.


그래서 오늘도 1번 국도를 달린다.


소와 양들이 우릴 반겨주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들에 신경 쓰며 달리기에 바쁘다. 양들은 우리를 보면 거의 도망간다.


발클루사에서 30km 정도 달리면 클린톤에 도착한다.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도 1번 국도를 끼고 있는 마을이라 문을 연 식당이 있다.


매점 옆에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서 앉았다. 할머니 한 분이 와서 주문을 받기에 햄버거와 에그베네딕트를 주문했다. 바나나셰이크도 주문했는데... 정말 거품 밖에 없다. 별거 없지만 싸지는 않은... 그렇다고 맛없지도 않고 이거 말고 먹을 거 구하기도 힘든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사실 대부분의 칼로리는 감자튀김이 채워준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감자튀김이 밥이고 햄버거는 반찬이다.


식당 옆 매점에 가봤더니... 식당에 있던 할머니가 카운터에 있다. 혼자서 두 가게를 보면서 음식까지 만드나 보다. 

클린톤에서 출발하면 곧바로 고어로 가는 길과 마타우라로 가는 두 개의 갈림길로 나뉜다. 마타우라가 지름길이라 마타우라로 가고 싶었지만 작은 동네라 숙소가 없다. 고어로 간다.


점심을 먹었지만 맞바람이 심하니 체력이 확 떨어진다. 와이파히라는 마을의 잔디밭에서 잠깐 쉰다. 아까 식당 할머니가 고어 가는 길은 평평하다고 했는데 아니다. 힘들다. 마침 기다란 화물열차가 지나간다. 뉴질랜드의 대부분의 기찻길은 여객편 없이 화물열차만 가끔 다니기 때문에 기차는 생각보다 보기 힘든 녀석이다.


오늘은 분명히 80km도 안 달리는데... 이상하게 힘들다. 자잘한 언덕길의 연속이라 평지라곤 할 수 없다. 그래도 몇 킬로만 달리면 된다는 생각만 하면서 버틴다.


드디어 고어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그런데 이 표지판을 지나고 나서도 꽤 더 가야 한다.


드디어 고어에 도착했다. 숙소 사진을 올리지만 사실은 고어 시내에 들어오자마자 숙소 근처의 술집부터 들어가서 맥주부터 한 잔 했다. 자전거 타기를 끝내고 마시는 맥주 한 잔은 각별하다.  


숙소에서 빨래와 샤워를 하고 나서...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아침은 슈퍼에서 장 봐둔 걸로 때우고 점심은 햄버거와 에그베네딕트였으니... 저녁은 제대로 먹어야 한다.


트립어드바이저로 검색했더니 시내 중심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어서 찾아간다.

와인과 수프도 주문하고... 뉴질랜드의 식당 종업원들은 대부분 자기네 식당이 파는 와인이 뭔지 잘 모른다.


바비큐폭립과 프라이도 주문하고...


오늘의 저녁 메뉴는 바베큐 폭립과 비프 웰링턴이다. 스테이크 덩어리가 들어있는 파이 같은 느낌이다. 썩 대단할 건 없는 요리지만 영국에선 나름 고급 요리라고 한다.


종업원들이 음식이나 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는 걸 빼면 만족할만한 든든한 저녁 식사였다. 물론 가격도 아주 든든하다...


남섬의 대표적인 야생동물 서식지인 트린스를 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생존과 안전이 최우선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큰 길로 가는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연말 연휴에는 길도 제대로 영업하는 매점이나 식당이 얼마 없을 정도니 카트린스로 가는 것은 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내일은 남섬의 최남단 거점 도시라 할 수 있는 인버카길(Invercagill)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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