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Jul 10.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여행 24

테카포에서 출발

2023년 1월 15일


주행 경로 및 거리 : 테카포 호수 (Lake tekapo) - 페어리 (Fairlie) 43 km

총 주행거리 : 923km



오늘은 퀸즈타운을 떠나야 하는 날이다. 퀸즈타운은 공항을 기준으로 서쪽은 막다른 길이고 남쪽은 와카티푸 호수의 6번 국도 꼬부랑길이 있다. 동쪽은 좁은 길로 크롬웰로 가거나 차들과 함께 험난한 오르막길을 넘어 카드로나로 가거나 크롬웰 방향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남쪽에서 올라왔으니 동쪽으로 가고 싶은데 카드로나, 크롬웰 어느 방향으로 가든 자전거로 가는 건 쉽지 않다. 카드로나 가는 길과 린디스 패스의 어려움도 알고 와나카와 아오라키 가는 길도 알고 있으니 간단하게 차량 점프하기로 한다.

여기는 뉴질랜드 관광의 중심지인 퀸즈타운이다. 여기 퀸즈타운과 남쪽의 인버카길에는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시외버스인 인터버스가 있다. 인터버스 웹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하고 자전거도 가지고 탄다고 요청해두었다. 자전거는 앞바퀴를 떼어서 프레임에 묶어서 공간을 최소화시키고 체인에 커버를 씌워서 오염을 피할 수 있어야 태워줄 수 있으며 기사님에게 자전거 운송 내용을 전달하지만 당일 상황에 의해 실어줄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당일 아침이다. 버스 정류장이 거의 근처라지만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다. 10일 정도 렌터카를 이용하면서 늘어났던 짐도 자전거 두 대에 넣을 만큼의 분량으로 다시 줄였다.


버스 정류소는 우리나라처럼 길 옆 한 차선을 먹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버스 정류장 공간이 따로 있다.


인터버스에서 자전거에 앞바퀴를 빼서 프레임에 묶으라고 했다. 그래야 자전거의 부피가 줄어든다. 묶을만한 끈이 없길래 마트에서 요리할 때 고기에 묶는 끈을 사다가 사용했다. 포크가 망가질까봐 포크 지지대도 설치했다. 체인은 기름으로 더럽기 때문에 다른 짐과 닿으면 다른 짐이 엉망이 될 수 있으니 커버도 씌워줬다. 이정도면 승차거부 당하진 않겠지... 


여기는 인터버스 뿐만 아니라 이 근처로 가는 거의 대부분의 시내버스나 관광버스들도 이용하는 곳이다. 화장실도 있으니 꽤 큰 정류소다. 여러 버스들이 지나가는 걸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우리 버스가 오는지를 기다린다. 처음 타는 버스인데 혹시라도 실수해서 버스를 못 타면 일정이 엉망이 될 수 있으니 신경이 쓰인다. 


예정된 시간이 조금 지나서 드디어 크라이스트 처치 행 인터버스가 왔다. 쾌활하게 보이는 여자 기사님이 탑승객을 확인하고 우리 자전거도 실어준다.

이제 버스를 타고 테카포까지 간다. 가는 길에 자전거길이 보인다. 플랑크톤에서 출발해서 와인 재배지까지 달려서 와인 한 잔하고 돌아오는 자전거 코스다.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였다면 저런 길들을 이용하면 된다.


달리다보면 기사님이 꽤 정확한 발음으로 근처 지역에 대한 가이드 방송을 해준다. 내용이 꽤 충실하니 영어듣기가 가능하다면 멍 때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들어두면 좋다. 이 버스는 처음에 크롬웰을 거쳐간다. 센트럴 오타고의 포도밭을 지나간다. 이 많은 포도가 뉴질랜드 대표 와인인 센트럴 오타고의 와인이 된다.


계곡 사이의 좁은 2차선 길을 달린다. 이상하게 길이 막히나 싶었는데 엄청 큰 트랙터가 느릿느릿 달리고 있었다. 퀸즈타운에서 크롬웰 가는 6번 국도는 갓길이 거의 없고 길 자체도 넓지 않아 로드바이크로 차들과 함께 달리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역시 버스로 점프하길 잘 했다. 


익숙한 벽화가 보인다. 며칠 전에 왔던 크롬웰이다.


크롬웰에서 아오라키의 관문인 트위젤로 가려면 고개인 해발 971 m의 린디스 패스를 지난다. 렌터카로도 왔던 곳을 버스로도 올라가면서도 느낀다. 크롬웰에서 출발하면 오마라마까지 보급할만한 곳이 거의 없다. 역시 이 구간을 자전거로 달리지 않길 잘했다.


길가에는 야생 라벤더들이 무성하다. 해안 지역에는 울창한 숲이 많았는데 내륙은 온통 민둥산이다.


린디스 패스를 넘은 버스는 오마라마의 카페에서 잠시 휴식한다.  


출발할 때 서두르느라 버스 사진을 못 찍었다. 이렇게 높고 커다란 버스다.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여기에도 넓은 라벤더 밭이 있다.


익숙한 가게가 보인다. 며칠 전에 연어회를 사다 먹었던 트위젤 바로 근처의 연어양식장이다. 이집 연어회는 정말 맛있었다. 이제 트위젤에 다 왔나보다.


버스는 트위젤에도 잠시 멈추었다. 며칠만에 다시 오니 또 반갑기까지 한 곳이다.


호수와 호수를 잇는 수로들이 보인다. 테카포 호수에서 푸카키 호수를 지나 트위젤 남쪽의 루아타니와 호수까지 수로가 연결되어 있다. 쭉쭉 뻗은 길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저 길을 자전거로 가볼 생각은 못 했다. 


그렇다면 반대편은 아오라키가 보이는 푸카키 호수다.


푸카키 호수를 지나면 시몬즈 패스를 넘어 테카포 호수에 도착한다. 우리는 여기서 내린다. 기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전거를 내려서 다시 앞바퀴를 끼우고 짐을 달아 출발 준비를 한다. 인터버스도 여기서 점심 시간으로 한 시간 정도 쉬어간다. 


오늘은 숙소를 예약해둔 페어리(Fairlie)까지 43km만 달리면 된다. 출발! 하기 전에 일단 점심부터 먹어야겠다. 테카포 호수는 해발 710 m로 우리나라 태백시와 해발 고도가 비슷하다. 그래서 천문 시설 같은 것도 있다.


여기 테카포 호수에도 일식집 같은 것이 있는데 하필이면 오늘 휴무일이다. 테카포 호수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선한 목자 교회 (The Church of the Good Shepherd)가 보이는 카페에서 간단히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주문을 하고 교회와 호수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다.


커피와 스콘으로 시작한다.


지니님은 아침식사 메뉴로 하고 나는 햄버거다. 버섯볶음과 수란이 빵식을 싫어하는 지니님을 만족시켜준다. 


맨날 먹는 비슷한 빵, 햄버거들이지만 교회와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먹으니 만족스럽다.


먹고 쉬고 선크림도 바르고 출발 준비를 한 후에 여기 랜드마크인 선한 목자 교회로 걸어 간다.


카페에서 보행교를 건너면 바로 교회로 갈 수 있다.


선한 목자 교회의 안내판이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가 뉴질랜드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포인트라고 한다. 


우리 자전거도 사진을 찍어준다. 저 교회 문 앞의 커플은 우리 식사할 때부터 저기서 삼각대 세워두고 계속 사진 찍고 있다.


교회 구경을 간단히 하고 한 바퀴 돌아본다. 교회 뒤에서 바라보는 테카포 호수도 멋지다. 원래 종교 시설은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터에 짓는다. 


이제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다. 오늘 달리는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다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돌아가는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시즌2의 시작이다. 시작을 선한 목자 교회에서 하니 기념 사진을 찍어준다. 


선한 목자 교회 근처에는 개 동상이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목축인들이 데려온 보더콜리 덕분에 성공적인 목장을 세울 수 있게 되어 그 대단한 보더콜리를 기리는 동상이라고 한다. 그 동상 앞에 관광 온 보더콜리가 한 마리 있다.   


테카포 호수는 엄청 크지만 마을은 그리 크지 않다. 호숫가 길이 8번 국도와 만나면 이제 테카포 호수도 안녕이다. 


금방 테카포 호수를 벗어나 부르케스 고개(Burkes pass)에 진입한다.


길가에 야생 라벤더들이 피어있다. 주말 오후라 그런지 카약이나 자전거를 매달고 쌩쌩 달리는 차들이 많다. 


페어리에서 테카포 호수 쪽으로 온다면 부르케스 고개가 꽤 힘든 오르막길이 되겠지만 우리는 페어리 쪽으로 가니 야트막한 언덕 두 개만 넘으면 거의 내리막길이다.


쉐어 더 로드 Share the road 표지판은 볼 때마다 반갑다. 하지만, 쉐어 더 로드 표지판이 가지는 진짜 의미는 자전거길이 없으니 차랑 같이 달리라는 뜻이다. 


부르케스 패스에도 안내판이 있다. 식당이나 가게는 없지만 마을이라고 할 정도는 되는 집들이 모여 있다.


한참 더운 날이라 그런지 양들도 햇볕을 피해서 나무 그늘에 모여 있다.


얕은 고개를 넘어가면 한동안 내리막길이 계속되다가 페어리(Fairlie)에 도착한다.


페어리도 그리 큰 동네는 아니라 그런지 식당이 많지는 않다. 가장 평점이 좋은 식당이 양고기 요리집이라 가본다. 먼저 온 단체손님들... 마을 사람들이 몽땅 모인 듯한 사람들의 음식이 나오고 꽤 기다려서야 우리 음식들이 나왔다. 지니님은 양고기가 처음이라 그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냄새가 거의 안나는 질 좋고 신선한 양고기 바베큐가 나왔다. 고기도 생각보다 부드럽다.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시즌 2의 시작이다. 자전거를 안 타는 동안 내 타이어도 교체하고 전체적으로 정비를 간단하게 했더니 자전거 상태도 좋다. 이제 크라이스트 처치를 향해 달린다. 사실 처음에 달린 1번 국도 구간은 차량 통행이 많으니 자전거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구간이고 우리가 복귀하는 길이 도로용 자전거 이용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이다. 어쨌든 이제 다시 며칠 동안 자전거를 탄다.   

매거진의 이전글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남섬 자전거 여행 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