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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컹크 Oct 29. 2024

스페인 유학생활

내 전공이 뭐였더라?

어느덧 30대 중반인 내 나이.

내가 공부한 것이 뭐였더라? 전공을 여러 번 바꾼 케이스라 한 마디로 얘기하기 애매하다.

한국에서는 일반 중, 고등학교를 다녔고 문과였다.

한국에서 들어간 대학교 전공은 생활과학부 - 의류학과.

1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을 한 후, 스페인 유학을 갔다.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책을 사서 공부했었다. 물론 미친 듯이 열심히 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학교 끝나고 다니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얘기한 라틴 문화가 자유로워 보였다. 미국인 선생님이 얘기해 준 멕시코 친구들, 남미 바닷가, 한국 학생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20살에 스페인, 마드리드로 유학을 간 나는 6개월 인텐시브 수업을 듣고 꽤 유창해졌다.

이후 마드리드에서 미술사학과를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나는 스페인 수능시험 학원을 다녔다. 외국인 전형 대학 입학시험을 통과하면 국립대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왜 미술사학과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잘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목표를 세웠을까?

영화를 보고 그랬을까? 


정말 어렸을 때, 미술유치원을 다녔다. 이후 초, 중, 고등학교에서도 미술시간에 칭찬을 받고 점수도 항상 잘 받았기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다.

미술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님이 미대를 보내주실 것 같지 않으니 인문계 중에 미술과 관련된 것을 공부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마드리드 도착 후 1년 반 만에 입학시험 통과 후 입학한 미술사학과(art history: 서양미술역사)는 어려웠다.

물론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지만, 공부한 적이 없는 서양 고대역사를 스페인어로 공부하려니 너무 어려웠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 그게 1학년 수업의 전반적인 공부내용이었던 것 같다.


학점이 나오지 않았다.

미술사 때 친구 그룹이 7명인가 8명이었는데 1학년이 끝난 후, 절반이 전과를 했다.

한 명은 법대로, 두 명은 미대로, 나도 사실 친구 따라 미대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미대 가려고 스페인까지 갔냐며 난리를 치셨다. 지원한 것을 취소했다.


부모님께 그냥 미술사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디자인 학교에 지원했다. 패션 디자인. 생각해 보니 굳이 왜 또 휴학한 전공을...

1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정말 거지같이 살았다.

부모님이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주시는 유학생이었기에 거짓말하고 디자인학교 학비를 내고 나니 국립대 학비의 몇 배인 학비를 내고 정말 돈이 없었다. 좋은 재료를 써본 적도 없다.


학교에 부모님이 패션업계에서 일하셔서 그냥 놀러 다니는 모델 같은 반 친구를 보며 부러웠다.


아닌가.. 걔는 거꾸로 부모님이 억지로 패디를 공부하라고 한 케이스 같기도 했다.



결국 1년 후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와 전공을 바꿔 학생비자 연장을 거절당해 한국에 한 달 들어갔을 때 난 42kg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족들이 너무 놀래 건강건진 두 번은 한 것 같다.



더 이상 거짓말하기 역부족이라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토해냈고, 다시 다니던 국립대로 돌아가 명문대 졸업장을 따는 것으로 얘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2014년 다시 같은 학교 서양철학과에 들어갔다.

대신 2016년부터 2년 넘게 동네 화실을 다니며 유화를 배웠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이었지만, 집에 와서도 열심히 그렸다.

몇 년 동안 내 집에는 붓을 닦아내는 액체 향이 가득했고 이젤이 있었다.



5년 9개월이라는 세월이 걸려 그 중요한 명문대 졸업장을 땄다.

마지막 1년은 남은 과목 2개와 졸업논문만 남아 한국여행사에서 사무실 업무를 봤다. 


한국 사람들이 가는 패키지여행 담당자...

한 달에 10그룹은 담당했던 것 같다.


학생 비자에서 거주증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힘들었다. 쉴 새 없이 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도 학생신분에 아르바이트만 하던 때보다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남들처럼 출퇴근하고 내 책상도 생기니 안정감이 생겼다.


공부한 전공이 전공인지라 은근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철학과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철학과 선생님을 할 수 있는 마스터를 한 친구들도 지금 다들 취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평생직업이라 누가 임신하거나 사망해야 자리가 난다고 들었다.


물론 내가 여행사 일을 완전히 처음 접해보는 것은 아니었다. 

스페인 관광산업이 발달해서 그런지 20대 초반에 구한 아르바이트도 한국 여행사였다. 마드리드 워킹 가이드를 5시간 하면 한 번에 최대 120유로 정도 받았었다. 가끔 학교 끝나고 투어를 해서 용돈벌이를 하곤 했다.


물론 저 때 다녔던 여행사를 통해 학생비자를 거주증으로 전환하고 계속 마드리드에 산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3년 넘게 스웨덴에 살고 있으니...


이 이야기는 길고 복잡하니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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