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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컹크 Oct 31. 2024

또 나라를 바꾸는 건 미친 짓일까?

취업이 된 게 어디야

나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뭔지 모른다.

하이킹을 즐기지도 않고, 캠핑을 가본 적도 없다. 물론 캠핑에 대한 로망은 있다.


스웨덴에 오기 전, 나는 대도시에서만 살아봤다.

대도시 삶에 지쳤던 것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생소해도 여기가 오히려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 근처에 사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이고, 좋은 점들만 들었고 그렇게 보였다.

왜 사람들이 버섯을 캐러 숲으로 찾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따라가서 열심히 캐오고는 했다.

독버섯도 많지만 나는 버섯 종류를 몰라 일단 버섯같이 생긴 걸 모두 바구니에 담은 다음에 사람들이 스캐닝을 해주면 남는 걸로 요리를 해 먹는 정도?


숲에서 버섯을 캐다가 사슴을 보고 심장마비에 걸릴뻔한 적도 있다.

스트레스받으면 혼자서 숲이나 자연으로 향하는 현지인들이 꽤 되는 듯했다.

외국인들도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스웨덴으로 모인듯한 느낌...


내가 평소에 즐기는 것이 아니라 쉽게 공감을 할 수 없다.



초반에는 내가 살던 환경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스웨덴에 맞춰서 살았다.

잘 몰라도 그냥 같이 따라다니며...


하지만 현재 나는 현실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여기에서 사는 삶에 대한 확신조차 없어졌다.

공부만 해도 돈을 준다는 나라인데, 그래도 공부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했다.

여러 번 전공을 바꾸고 5년 9개월 동안 피똥 싸서 받은 졸업장 이후,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내가 한국인이라 어디에 살든 일만 하며 치열하게 사는 게 아니다. 나는 한국인치고 느리고 게으른 편이다.

어쨌든 나는 정직원으로 일을 하며 정착하는 것이 최우선인 상황에 놓였었고, 뭐든 찾아야 했다.

이제는 월급 받고 고만고만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크게 불평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행이라도 대도시를 다녀오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온 느낌이 든다.

대도시에도 공원들은 많지 않나.

 

올해 초,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14년 전 스페인에서 대학교 입학시험을 봤던 UNED가 떠올랐다.

National University of Distance Education는 이름 그대로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온라인 수업을 하는 대학교이다.

물론 마드리드에 본교가 있지만, 온라인인 만큼 거주지가 스페인 외부 국가일 경우 거주지와 가까운 UNED 센터에 가면 되는 그런 스타일이다.


 

이 대학교에 무슨 석사과정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냥 여행을 가는 것보다 명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예를 들면, 시험을 보러 잠시 떠나는 스케줄.


일단 마음에 드는 석사과정(디지털 인문학)을 신청해 놨었는데, 7월경 합격통지 이메일을 받고 10월부터 수료 중이다.

아무리 온라인이어도 일과 병행해야 하니 수강신청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일단 내년 6월에 베를린에 갈 일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두근두근 기대감이 생겼다. 베를린에 가본 적이 없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도시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도시.

석사과정 이후 베를린에 정착을 할 수 있을까?

시험 보러 3~4번 정도 베를린에 가야 한다면, 뭔가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두근거리는 기대감만큼 솔직히 고민이 많이 된다.


객관적으로 30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 어떤 혜택이 있는지 정확히 꿰고 있지는 않지만.

아기를 낳아도 육아휴직 등 복지도 좋고.

아기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지도 않고.

학교와 병원도 거의 무료, 치과도 20대 초반까지 공짜라고 들었다.

여기 문화상 18살이 지나면 애는 분가하여 알아서 살 테니.

심지어 15살 때부터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문화다.

내가 용돈을 줄 필요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내고 사주를 봤다.

무조건 독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독일로 가면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


일단 베를린에 한 번이라도 가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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