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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흩날리는 길 위에서

봄의 끝자락, 음악과 바람을 품은 드라이브

by 정유선

봄이 말을 걸어왔다.

바람과 꽃잎 사이에서, 조용히 다가온 그 목소리.

바람은 살며시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꽃잎은 오래된 친구처럼 다가와

말없이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숨을 고르고,

가슴 한편이 물드는 소리를 들었다.


차창을 열자, 봄이 먼저 인사했다.

손끝을 스치는 바람, 살랑이는 꽃향기,

가지마다 피어난 수천 송이의 분홍빛 속삭임.

벚꽃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하늘과 나무, 바람과 꽃잎이 어우러져

세상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번지고 물들었다.


하늘을 떠도는 꽃잎들.

그 흐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나는 지금, 꽃비 속을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

벚꽃들이 나를 알아보듯 손을 흔들고,

흩날리는 그 하나하나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들어

오래된 감정들을 조용히 흔들어 깨웠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벚꽃 풍경은

잠시 들른 천국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안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졌다.

세상은 음악처럼 흐르고,

나는 그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봄 속으로 녹아들었다.


하지만 모든 계절은 머물지 않는다.

드라이브의 끝자락,

벚꽃들은 하나둘 지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 멀어지는 꽃잎들이

봄의 마지막 인사를 대신 전했다.

나는 아쉬움에 속도를 늦추고,

봄의 마지막 숨결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느꼈다.


이 드라이브는 단지 길 위를 달리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마주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조용한 의식이자 작은 축복이었다.


하늘로 흩어지는 꽃잎들을 바라보며

이 찬란함이 끝이 아닌 시작이기를,

이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물기를.


그리고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당신의 봄도 벚꽃처럼 고요히 흩날리기를.

잠시 멈춰 서서, 봄을 느껴보기를.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

당신만의 꽃잎 하나를 마음에 담아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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