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우의 테크토크 0311]
오늘(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에 크게 실린 한 장의 사진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23세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목숨을 잃은 채 관에 누워있고, 그 시신을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의 모습에 전쟁의 참상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한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마무리가 됐습니다. 기쁜 분들도 있고, 안타까운 분들도 있겠지만, 이제 새 당선인이 말했든 '통합'을 위해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의 의미 없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제재로 인해 원유 가격은 오를 대로 올랐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또다시 사상 최대치로 올랐습니다. 미국에 와서 개스가격이 4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연준은 이달 중 금리인상이 확실시됩니다. 이런 거시적인 상황이 한국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요.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너무 내부에만 집중한 것 같은 모습입니다. 외부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전쟁만 보면 러-우크라 전쟁은 사실 러시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전쟁입니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희생양이 된 건데요. 전쟁 양상도 이제 러시아대 서방국가의 경제, 사이버 전쟁으로 확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입니다. 이념으로 대결이 시작되면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합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 우리도 두 강대국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윤 당선인의 '전략적인 명확성(strategic clarity)' 공약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딜레마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10일 오전(미 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아메리칸프로그레스센터의 ‘새 대통령을 선출한 한국’을 주제로 한 포럼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도 "현재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듯, 윤 당선인 취임 이후에 한중 관계가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당선인이 단지 승리에 도취해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전시상황에 준하는 팀을 꾸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미 러시아발 전쟁으로 인해 우리도 제재에 동참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먼 나라의 이슈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이번 전쟁이 단순히 무력전쟁에 그치지 않고 경제, 산업, 사이버 상으로의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통해 이번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데요. 결국 미국과 서방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경제 산업 전쟁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아나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차원에서 세계 과학기술의 전초기지인 ‘미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대통령은 없다고 하는데요. 올해 방미 일정에 실리콘밸리에 들러 새 대통령이 ‘혁신’을 지지하고, ‘과학기술 전쟁’에서의 지위를 구축하기 위해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