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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라 Dec 01. 2021

겨울을 느끼게 하는 음식

시금치와 코코아

 나는 음식으로 계절감을 많이 느끼곤 한다. 

 봄에는 봄나물들로 그러움을 느끼는 것이 좋다. 꽃이 들어간 화전을 만들고, 달래나 쑥을 튀겨 먹는 것도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 콩국수, 열무국수 등 국수류가 떠오르기도 하고, 수박과 참외, 복숭아 등 제철 과일을 빼놓지 않고 먹어야 한다. 가을에는 새우와 전어, 게 등 해산물도 먹어줘야 하고, 배추로 겉절이를 담가먹는 것도 기대가 된다.

봄의 화전과 봄동전
여름 복숭아 / 가을 대하

 겨울은 정말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생각나는데, 고구마, 귤 등 방 안에서 간식으로 먹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약간 정적인 느낌을 주는 음식들이다. 방 안에 틀어박혀 먹어도 맛있는 음식들. 이상하게 고구마는 사계절 내내 먹지만,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무도 만나지 않은 날 저녁, 빨래를 돌리고 숙제처럼 사다 놓은 시금치를 꺼냈다. 시금치는 특이하게도 겨울이 제철인 채소이다. 찬바람이 불어야 달아지고, 날이 따뜻해지면 질겨진다. 그래서 겨울이 다가오면 시금치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시금치를 데쳐 간장과 마늘, 참기름, 깨만 넣고 나물을 무쳤다. 간단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달고 맛있다. 진짜 겨울로 한걸음 다가온 느낌이 든다.

시금치 나물

 이렇게 잠들려니 달달한 게 당겼다. 사람도 포유류의 한 종류여서인지 겨울이 되면 칼로리를 비축하고 싶어 진다. 집에 있는 건 없고, 우유가 눈에 띄었다.

 우유에 달달함을 추가하기 위해 마시멜로우를 넣고 코코아 파우더를 뿌렸다.

수제 마시멜로우 코코아

설탕을 넣지 않아 마시멜로우의 단맛이 연하게 느껴지는 코코아가 완성되었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가량  돌려주면 우유는 따뜻해지고 마시멜로우는 부풀어 오른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자면, 내가 겨울 산장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편안하면서 고독한 그 느낌이 싫지 않다. 밖은 추위가 몰아치는데 나는 따뜻한 벽난로에서 여유롭게 코코아를 마시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 느끼는 것이다. 아, 이게 겨울의 맛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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