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가 잔소리해서 미안해

by 북장

딸아이가 축구를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훈련이 있는 날이면 왕복 한 시간 거리를 함께 오가며 딸아이의 운동을 응원했다.

처음엔 단순히 태워주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엄마인 나도 서당개 삼 년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아이가 훈련받는 동안 갈 곳 없는 엄마의 눈길은 자연스레 운동장에 머물렀고, 축구 규칙과 기본동작, 훈련 방법들까지 머릿속에 꽤나 담기게 되었다.

이런 내가 아이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지 않을 수 있었을까.

"과감하게 붙어. 몸싸움으로는 절대 지지 않을 거야."

"공간을 보고 움직이는 네 장점을 살려서 패스를 적극적으로 해 봐."

"수비 전환할 때는 더 빨리 상대에게 붙어줘야지!"


하지만 돌아오는 건 늘 같은 대답이었다.

"아, 좀! 잔소리 그만해!"






딸아이가 다니는 축구 클럽의 여자 축구 클래스에 체험 신청을 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 50%, 딸아이가 나를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 30%, 내가 축구를 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20%.

이런 요상한 이유로 충동적으로 신청한 자리였다.

남편은 "몸 괜찮겠어? 하고 나면 많이 아플 텐데."라며 걱정 반, "축구 쉽지 않을 텐데 네가?"라며 놀리는 마음 반으로 얄미운 태도를 보였다.

"내가 체력이 약해서 그렇지, 나도 공 잘 찬다고!"


그렇게 시작된 첫 수업.

패스와 슛 기본 동작을 배우고 훈련에 참여해 보니, 모두가 안정적으로 동작을 해내는 것 같아 보였다.

'뭐, 저 정도야 나도 충분히 하지.'

상상 속에서 나는 완벽한 패스와 슛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공은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다 계획이 서는데, 몸이 그 계획을 따라주지 않았다.

이쯤 되니 깨달음이 몰려왔다.

'사람은 말로는 뭐든 할 수 있구나. 정작 행동은 다르지만.'


축구를 직접 해보니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렇게 공을 능숙하게 다루고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까.

말로는 사냥을 못 한다더니, 내가 한 조언들은 결국 노력 없이 떠들기만 한 말이었구나 싶었다.


"엄마가 그동안 잔소리해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네 축구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할게."


잔소리가 잔소리로 들렸던 이유는 내가 그 노력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력의 무게를 알지 못한 채 떠든 말들이 얼마나 아이를 속상하게 했을까.

이제는 말보다 더 중요한 건 믿고 지켜봐 주는 일임을 안다.


축구는 정말 어렵다.

공을 컨트롤하는 것도, 주변을 살피며 똑똑하게 플레이하는 것도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딸아이의 노력과 열정을 이제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는 잔소리 대신 따뜻한 눈길과 박수로 아이를 지켜보며 함께 성장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