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셋째의 결혼식이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셋째는 자기 꾸미기도 바쁠 텐데 부모님과 언니들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목됐다.
평소 꾸미지 않고 화장도 잘 안 하는 내 성향을 아는 셋째는 결혼식 당일만큼은 절대 시댁에 밀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옷도 사게 하고, 구두도 사게 하고, 심지어 직접 메이크업샵 예약까지 해놓았다.
"안 돼, 안 돼! 그 집 첫째 누나는 둘째 결혼식 때 핫핑크 셋업을 입고 화려하게 등장한 전적이 있단 말이야. 언니도 절대 밀리면 안 돼!"
"아니, 시댁이랑 뭐 대결이라도 하냐?"
평소 잘 꾸미고 다니는 둘째는 걱정이 안 되지만, 문제는 나였다.
그날은 주인공의 날이니 뭐, 말 잘 들어야지.
그런데 막상 거금을 주고 받은 메이크업과 풀세팅된 내 모습이 오전으로 끝나기엔 뭔가 아까웠다.
이런 생각은 둘째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리 이렇게 꾸미고 오후에 어디 놀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나 프로필 사진 찍어야 하는데, 그날 찍으면 딱이겠다."
순간 둘째 결혼식 날이 떠올랐다.
그날도 결혼식을 마치고 부랴부랴 사진관 마지막 타임에 가서 화려하게 치장한 김에 졸업앨범에 쓸 교직원 사진을 찍었었다.
이번에도 자연스레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프로필 사진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둘째는 10년 전 찍은 프로필 사진으로 공연 포스터와 팸플릿에 꾸준히 쓰고 있다지만, 나는 어디에 내 얼굴을 쓸 일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찍고 싶어졌다.
최대한 예쁘게 꾸며놓은 모습을 그냥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러자니 사진을 찍는 데 쓸 그럴듯한 핑계가 필요했다.
"언니도 프로필 사진 찍게? 어디다 쓰려고?"
"어... 원격연수 찍거나 교육 관련 브랜딩할 때 써볼까 해서."
사실 프로필 사진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원격연수를 찍으면서 상세 페이지 제작용으로 내 모습을 찍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어디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찍어서 여러 곳에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셋째 결혼식이 끝난 뒤, 사진관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되었다.
"생각해 오신 컨셉이 있으신가요?"
"아... 특별한 건 없는데, 책과 관련된 컷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이요? 저도 소품으로는 처음 써보는데 좋아요! 한 번 해보죠."
왜 하필 책을 떠올렸을까?
책을 든 내 모습에서 어떤 이미지를 기대한 걸까?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컷이랑 책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즐거워 보이는 컷을 찍고 싶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깨달았다.
책이 내게 주는 즐거움을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것을.
사진이 완성된 후, 책을 손에 든 내 모습을 보며 묘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날 덕분에 평소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장면이 만들어진 셈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낯설었고,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도 내겐 어색했지만, 이렇게 내 모습 속에 담긴 이야기가 사진으로 남았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아마 이 사진은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책을 든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책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내가 책을 읽고, 가르치고,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 되어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