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운동했어

by 북장

하루동안 해야 되는 일들 중에 운동 1시간이 계획되어 있다.

3주 내내 못함으로 기록되어 있던 체크리스트를 채우고 싶은 열망이 오늘따라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날을 잡아도 제대로 잘못 고른 모양이다.


한파경보, 체감온도 -3.5℃.

당근마켓 거래를 할 겸 구매자와의 약속시간에 맞춰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기다리는 동안 걷기 운동이나 하자 싶어 아파트 단지를 걷고 또 걸었다.


5분, 10분, 15분, 20분.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내 숨소리 때문에 마스크에 물방울이 차올랐다.


'이 사람 왜 이렇게 안 와? 계속 걸어야 하나?'


찬 바람에 패딩의 목을 끝까지 추켜세웠다.

주머니에서 손 빼기도 싫어 핸드폰을 꼭 쥔 손이 계속 움켜쥐어졌다.


20분을 넘기면서부터는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몇 걸음을 걷는지 측정이나 하자며 억지로 걸음을 이어나갔다.

4799걸음, 추워서 도저히 못 하겠다.






따뜻한 집 안으로 발을 내디디니 몸이 뻣뻣해져 온다.

얼음장 같은 발과 손, 볼, 귀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누가 나를 두들겨 팬 거 같은데?'

패긴 누가 팼겠는가, 차디찬 얼음 바람이 두들겨 팼지.


'어라? 찬 기운이 몸 안에 가득 찬 느낌인데. 기침도 나와.'

망했다, 찬 기운이 내 몸을 장악하고 기침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속 깊은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잘 낫지 않는 요상한 알레르기성 천식을 달고 사는 찬 기운의 아줌마.

이 날씨에 걷기 운동을 한 죄로 기침을 얻었다.


이 기침은 몇 달을 함께 살게 될까?

내일이 설연휴인데 친정에 가면 가족들의 똥멍청이 보는 시선과 구박을 견뎌야 할 것이다.

맞다, 이 추운 날씨에 운동하겠다고 오기를 부린 내가 문제다.


괜히 운동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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