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교사가 되진 않았습니다.
나의 반려자 K와는 대학 선후배로 만나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고, 긴 연애 끝에 결혼 4년 차 부부가 되었다. 우리는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둘 다 교사가 되지 않았다. 내 경우 대학원에 진학해 유관 학문을 전공하고 교육계통에 몸담고 있지만, K는 대학 전공과 관련성이 적은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교사대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임용시험을 거쳐 교사가 되는 길 외에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던 부모님의 바람을 외면한 채, 그 흔하지 않은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졸업 후 몇 년 간의 방황 끝에 대학원에 진학한 나와 달리 K는 비교적 빨리 방향을 정했다. 군 제대 후 교생실습과 강사 등을 경험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확실히 깨닫고 다른 진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 금융권은 취업 시 자격증이나 관련 스펙이 있으면, 비교적 전공제한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금융권 입사를 목표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멋지게 슈트를 차려입은 채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K는 금융권 입사를 목표로 남은 대학생활 동안 학교생활과 취업준비를 병행했다. 부족한 학점을 메우기 위해 졸업 때까지 수업을 꽉꽉 채워 들어야 했고,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아르바이트와 취업스터디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학과 특성상 대부분의 친구들은 교사 임용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기에, 타 대학 취업 스터디에 참여하며 취업정보를 얻었고 필요한 자격증도 하나씩 취득해갔다. 그 결과, 졸업할 무렵 한 곳의 은행과 보험사에 공채로 합격했고, 고민 끝에 인턴십을 했던 보험회사로 입사하게 되었다.
올해로 입사 7년 차가 된 그는 보험회사에서 보상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내 반려자의 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가 이 직무를 하지 않았다면 고민해보지 않았을 일들과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감정들을 아내의 시선에서 차곡차곡 기록해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