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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다락 Oct 08. 2021

보상담당자의 아내가 되었다

익숙한 듯 낯선, 손해사정사(aka. 보상담당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결혼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주던 날. 그중 한 명이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 회사에서 손해사정 업무를 한다고 대답했다. 전부터 (소개받는 사람에게 자세한 정보를 주고 싶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누군가의 직업을 ‘회사원’ 혹은 ‘어느 회사 다녀’라는 한 마디로만 소개하는 게 뭐랄까... 그 직업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달까. 회사는 소속일 뿐, 그 안에서 어떤 일을 맡아하는지가 곧 직무고, 직업이라고 볼 수 있기에, '손해사정 업무'를 덧붙여 소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쉽게 알만 한 소위 전문직으로 불리는 그런 직업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모두 어느 회사 소속 또는 프리랜서 형태로,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직업인들(혹은 전문직업인이 되어가고 있는)이 아닌가. 어쨌든 그런 나의 대답에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되묻는 친구들에게, 문자 그대로 풀어서 ‘음...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 정도를 사정해서 보상액을 책정하고 지급하는 일이야’ 정도로 설명을 해줬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친구들은 K가 어떤 일을 하는 지를 잊어버린 듯 하지만... 여전히 그의 직업에 대해 새로운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구체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부연설명을 하는 편이다.


 흔히 보험사의 보상담당자로 불리는 K의 직업은 ‘손해사정사’다. 처음 입사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신입 OJT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직무가 정해졌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해사정사 자격시험에도 합격하면서 전문자격을 보유한 손해사정사가 되었다(손해사정사는 재물/차량/신체 손해사정사로 구분되는데, K는 대인 담당자로 신체 손해사정사 자격을 취득했다). 손해사정사 전문자격을 보유한 경우에는 보험회사 실무자로서, 보험가입자에게 사고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손해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산정하는 등의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손해사정 법인의 소속 또는 독립적으로 의뢰를 받아,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이 적절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시작하며, 포털에 손해사정사를 검색해보니 커리어넷 직업사전과, 나무 위키 등에서 아래와 같이 직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자리 전망과 발전 가능성, 고용평등에 관해서 매우 좋다고 평가되고 있군...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 내려가는 데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커리어넷 직업정보)




 손해사정사가 되기에 유리한 성격 중 하나로 스트레스 감내가 언급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떤 직업에 적합한 성격특성으로 스트레스 감내라니... 관련하여 나무 위키에서는 업무의 강도가 높은 이유로,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로부터 받는 대면/감정 스트레스가 많음을 원인으로 설명해놓기도 하였다. 나무 위키를 작성한 사람은 분명 현업에 있거나 적어도 경험을 했던 사람일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손해사정사 또는 보상업무를 하려면, 의학이나 관련 법령, 보험약관에 대한 지식과 분석적인 사고 등 관련 역량도 요구되나,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문득 K의 MBTI가 궁금해진다. 보상업무에 적합한 성격이 있다면, 그는 이 업무에 유리한 성격유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만간 같이 검사를 한 번 받아봐야겠다.(추진력 있고 대체로 감성보다는 논리가 앞서는 걸 보면.. 왠지 INTJ가 아닐까 싶기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커리어넷 직업정보)
출처: 나무 위키

 

 오늘도 퇴근  씻자마자 잠든 K 보면서 스트레스 한계치에 도달한 하루였겠구나 싶어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평소 같았으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묻고 함께 산책이라도 나가자 채근했겠지만, 이제야    같다. 그에겐 힘들었던 일에 대해 생각할 틈조차 주고 싶지 않아 일찍 잠들고 싶은, 그런 날이 있고 그럴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을.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는 내가 정작 그에게는  '사람들이 자꾸 힘들게 해도 너를 지키면서 일했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해왔다. 그게 쉽지 않다는  누구보다  알면서도 말이다.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하루하루 조금씩 의연해지는 연습을 하며   단단해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을 지키며 업무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참고 이겨내려고만 하는 성격보단,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 해소하는,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는 회복능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그와 같은 업무를 하는 이들이 스트레스로 고통받지 않도록, 업무 구조와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일이다.


내일은 그에게 좀 더 평안한 하루가 되길, 퇴근 후 웃으며 함께 맥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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