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건망증 에피소드

by 별사탕아빠

간혹 나는 건망증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순간적으로 뇌의 작용이 멈추게 되었을 때 건망증으로 인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질 때가 있는데,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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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십여 년을 살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탓인지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아침부터 누구지 하면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의 이름을 부른 사람은 나에게 학교에 가는지를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속으로 ‘누구지?’라고 생각하던 나는 이내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후 버스를 향해 급하게 뛰었다.


달려가는 나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역력하게 비쳐 보였지만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1교시 수업이 끝날 때쯤 갑자기 나는 아침에 나와 만난 사람이 누군지를 깨닫고 어의가 없어진 나는 한동안 실소를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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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내가 인사를 했던 상대방은 바로 나의 형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친형 말이다.


아마 그날 형은 나보다 더 당황했을 것이다.


사실 형은 나와는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데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한 데다, 그 일이 발생했을 무렵은 막 제대를 하고 복학하기 전 집에 잠시 머무르는 기간이었다.


게다가 친구와 일이 있어서 외박을 하고 아침에 집에 오는 길이다 보니 발생한 우스운 해프닝이었고, 이후에도 가끔 그 얘기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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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의 해프닝 이후로 실수하기가 싫었던 나는 알지 못하는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될 경우가 발생하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슨 관계인지를 묻는 버릇이 있었다.


대학교 때는 지나가다 누군가 나에게 인사를 하면 같은 동아리나 동문인지를 물었다.


여학생인 경우 내가 속해있던 단체가 중복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만났는지를 확인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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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단발머리의 어떤 여성을 보고 굉장히 낯이 익다고 생각한 내가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자 상대방은 미소를 지으며 답인사를 했다.


미인이었던 상대방을 내가 어떻게 아는지 궁금했던 나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죠?”


상대방은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네요”


동문이나 동아리는 아니었기에 혹시 미팅이나 헌팅에서 만났는지를 물으려는 나의 눈에 들어왔던 것은 상대방 주변에 같이 있던 학생들이 짓고 있는 표정이었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웃음을 참는 것 같기도 했기에 나는 질문을 삼키고 상대방에게 나중에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친구와 식당에서 음식을 시킨 후 수저를 드는 순간 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나의 등줄기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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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상대방은 대학교 4학년 때 나에게 영상학을 강의했던 교수님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수업을 들을 때도 또래인가 싶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교수님의 머리스타일이 당시에는 긴 생머리였는데, 단발로 바뀌는 바람에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제야 내가 그 교수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때,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웃음을 참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부르게 만드는 건망증은 심술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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