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이조 북클럽
예전 같으면 고전만 가득하니 자신 없었을 텐데, 지금은 이게 무슨 횡재냐 싶다.
좋은 도서관에 좋은 강사님과 고전을 읽을 기회라니.
한영미 강사님은 시골 도서관 북클럽에서 나의 ‘북클럽 거부증’을 한 방에 날려준 분이다.
1년 가까이 북클럽을 한 후, 나는 고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솔직히 아직도 선뜻 손이 가진 않는다. 처음부터 재미를 느끼지도 않는다. 그런데 함께 읽고, 토의하고 강의 듣고, 집에 와서 다시 보면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오고 마음에 남는 게 있다. 작가에 대해서 다시 찾아본다. 다른 책도 궁금하다. 이런 내가 흐뭇하다. 고전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걸 작가의 통찰이라 하는 거 같다.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인간의 주제- 사랑, 죽음...... 이제야 나는 그들이 백 년 전에 했던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북클럽은 고전이라 좀 어려울 수도 있어 강사님이 조를 짜서 진행했다. 2인 1조가 되어 책 한 권의 요약 및 발제를 맡아 발표한다. 강사님의 배경 설명 후 네다섯 명이 한 팀이 되어 토의하는 형식이다. 토의를 마치고 발표를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첫날 모여서 짝꿍과 대화한 후, 짝꿍 별명을 지어 소개했다. 내 짝꿍이 나에게 지어준 별명은 ‘캔디’다. 우와 나의 어릴 적 우상 캔디? 잘생긴 네 명의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힘들어도 밝은 소녀 캔디. 왠지 예감이 좋다. 이번 가을은 고전과 함께 캔디가 되어 볼까.
장소는 작년에 새로 문을 연 향남복합문화센터 도서관이다.
집에서 차로 30분 넘게 걸리고 갈 일이 딱히 없는 동네다. 너무 먼 데 가보고 싶었다. 며칠 고민하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골 농장에 풀 뽑고 밭 정리하고 나무 손질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가야 하는데,
아하! 같은 날로 시간을 맞추면 되겠구나.
농장은 새 도서관에서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와~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마침 새벽에 일하려니 일어나기가 힘들었는데, 놀러 나가는 기분으로 갈 수 있겠다. 클릭! 이렇게 시작한 북클럽이다. 농사와 책 읽기 한 번 잡으니, 요새 농장에 가는 것도 싫지 않다. 그러고 보니 캔디 맞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풀 뽑고 신나게 도서관에 가서 쉬고 놀고 있으니.
이번 북클럽의 목표는 100% 출석+ 7권 완독+ 농사다.
나무 농사까지 덤으로 잘될 거 같다. 이번 주는 날씨가 시원해서 새벽에 일어날 필요 없이 북클럽을 마치고 낮에 농장에 갔다. 좀 덥긴 했지만, 풀도 싹 뽑고 책도 읽고 일석이조다. 역시 북클럽은 개이득이다. 농사를 그렇게 싫어하던 내가 즐겁게 농장에 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