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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Aug 09. 2022

수제비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따뜻하게

중학생 둘째의 친구 접대 요리

수제비 - 중학생 둘째의 친구 대접 요리

비 오는 날 흐린 날은  엄마에게 처음 배운 요리로 따뜻하게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너희들은 수제비를 먹고 싶다고 해. 

아마 오늘도 축축하게 학교에서 돌아오면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할지도 모르지.

그건 내가 비 오는 날 수제비 생각이 나서 ‘비 오는 날은 수제비지’ 하며 끓여주곤 했거든. 

우선 집에 가면 밀가루와 물을 반씩 섞어서 조물조물 해서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반죽을 넣어두어야겠다.

너희들이 언제라도 해 먹을 수 있게 말이야.


재료는 육수에 밀가루만 있으면 되니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뱃속이 따뜻해지고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음식.



엄마의 엄마가 해주던 소박한 음식

외할머니가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땀 뻘뻘 나는 부엌에서 농장 돼지들 똥 치우고 사료 주고 물 주고 젖먹이고, 지친 몸으로 점심에 반죽 만들어서 직접 떠 넣어주었던 그 수제비가 그렇게 맛있었어. 

양념간장을 살짝 얹어서 선풍기를 틀고 뜨거운 걸 호호 불며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더운데도 왜 뜨거운 그 음식이 그리 맛있었을까? 

할머니가 힘들게 한 음식은 꼭 맛이 있어.



다 같이 본 영화 속에 나왔는데 집에서도 다 같이 해 먹는 음식

‘리틀 포레스트’라는 엄마와 딸이 요리하는 장면이 많은 영화를 너희들과 같이 보며, 

주인공이 한겨울에 배추를 베어다 해 먹었던 배춧국 수제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김칫국이나 배춧국을 끓여서 수제비로 끓여 먹기도 하고. 

할아버지 아욱국 끓여드릴 때 너희들은 거기에 수제비를 떠 넣어주기도 하고. 

추억이 참 많다.



너희들이 엄마에게 배우고 싶었던 첫 번째 음식.

어느 날, 중학생 둘째가 엄마한테 수제비 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처음엔 국물만 끓여주고 수제비를 떠 넣게 해 주다가 

그다음엔 한 알 육수를 넣고 끓이다가

다음엔 육수 한 포를 넣고 끓여 먹더니

나중엔 너희들이 국물에 김치도 넣고 육수포도 넣어 김치 수제비를 끓이고

이제 중학생이 된 둘째는 친구가 오면 직접 수제비를 끓여주기까지.

좋아하는 수제비의 두께는 이 정도라면서 두께까지 조절하는 노련함에 이르기까지 했고. 

의외로 쉽다면서 친구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며 재미있게 놀더구나.



언젠가 너희들이 너희 아이들에게 비 오는 날 수제비를 해주며 말하겠지.

‘비 오는 날은 수제비가 생각나지 않니, 우리 해 먹을까?’

아이들과 같이 수제비를 떠 넣고 있을지도 모르지.

참 궁금하다. 

그 아이들이.

너희들이 만들어갈 그 따뜻한 가정의 색깔이.


추운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돌아갈 집이 있으면 따뜻해져.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더욱 따뜻하고.

그래서 엄마는 추운 겨울날이면 음식을 하면 집을 데우곤 했어. 

그럼 금방 집이 따뜻해져.


세 딸들아 잊지 말거라 

혼자서 살든지 가정을 이루든지 따뜻한 음식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맘까지 포근하게 하더라

사랑하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과 음식을 나누면 따뜻한 가정이 되어가는 것 같더라 


나보다 더 음식을 잘하는 달인들이 맛집에서 음식을 다 해서 파는 세상인데, 왜 다들 집밥이 그립다고 할까? 바로 그 엄마의 따뜻함, 가정의 따뜻함을 담지 못해서가 아닐까?

엄마가 된 지 20년이 다 되어서야 난 그걸 깨닫는구나.

참 하기 싫고 힘들고 끝없이 반복되고 티 나지 않는 그 일이 여자의 일임이 억울하기만 했었는데...


여자로 살아가기가 살림에 육아에 일에 지치기도 하니, 

달인의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보고 여러 나라 음식도 많이 먹어보렴. 

하지만 집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따뜻한 음식은

그저 보통 엄마의 별 비법 없는 음식인가 보다. 


음식 하는 일이 힘들더라도 너무 업신여기지는 말고 한 두 가지씩 즐겨보렴. 

제일 먼저 너희들이 좋아하는 음식부터

그럼 나의 뱃속과 마음부터 서서히 따뜻함으로 채워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수제비 응용

해물탕, 배추 된장국, 뭇국이나 탕국, 김칫국, 아욱국에 수제비를 떠 넣어 먹으면 일품이야.

아욱국에 수제비

국물이 있는 국에 살짝 수제비를 몇 점 떠 넣어주면 새롭게 맛있더라. 

가끔 아침에 밥 먹기 싫다고 할 때 엄마는 이렇게 해주었어. 

서양의 수프보다 낫다고 생각해. 

수프는 밀가루와 버터로 만드는데 건강한 국물에 끓인 수제비가 더 좋지 않을까?


탄수화물 중독?

글쎄 여기서 탄수화물이란, 밥을 의미하는 걸까?

오랜 역사에 인간은 곡물을 먹어왔는데, 그 곡물을 끊으라는 걸까?

다디단 음료수에 든 탄수화물은 멀리하고, 곡식은 가까이해도 될 거야. 자연에서 온 매우 유익한 음식이니까. 하지만 너무 정제해서 먹으니 가끔 현미도 잡곡도 섞어 먹으란 거지. 아빠는 항암 치료할 때 잡곡과 현미로만 밥을 해 먹은 적이 있는데 엄마는 밥맛을 잃고 소화가 안 되더라. 

나중에는 조금씩 잡곡을 섞는 방법을 쓰다가 너희들을 키우면서는 흰밥을 주로 먹었어. 잡곡을 많이 넣으면 밥을 적게 먹고 오히려 간식으로 배를 채우더라. 무턱대고 곡식을 끊는 것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봐야 해. 곡류 끊고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과자에 더 꽂히는 경우도 많더군. 

요즘 그래서 곡류를 건강한 탄수화물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우리 가족처럼 소화기가 예민한 사람들은 정제된 쌀밥이나 밀가루 음식도 나쁘지 않다고 경험적으로 느낀다. 따뜻하고 소화가 잘되는 곡류와 채소는 부드럽게 익혀서 반찬으로 만들어서 먹는 게 체질에 맞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 제품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내 몸을 늘 잘 살펴보며 기본에 충실하면 

맛있게 먹으며 건강할 수 있는 거야. 

한마디로 밀가루로 만들어졌다고 건강식이 아닌 건 아니니 맘 편히 수제비를 해 먹으란 거지.

특히 쓸쓸하게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 유난히 추운 날 좋더라.


수제비

1. 육수 끓이기(고기육수/멸치육수 아무거나, 표고 5개, 양파나 파, 마늘 5개, 다시마 5장 )

2. 감자, 호박 썰어 넣기(안 넣어도 되고, 김치 수제비는 김치랑 김칫국물 추가)

3. 끓어오를 때 수제비 떠 넣기

4. 5분 정도 끓이고 국간장으로 간하기


4. 양념장 – 진간장, 파, 마늘, 고춧가루, 들기름 약간 곁들이면 끝(장조림을 곁들여도 좋고, 엄마는 수제비를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게 좋더라)

장조림 국물과 고기 몇 점을 얹어져 함께 먹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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