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최애 음식 너희들과 함께한 놀이
엄마는 어릴 적 친할머니와 한방을 썼어. 삼 남매가 할머니와 같이 잤거든. 유난히 엄마를 보면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어. ‘아까워 아들감인데’ 하시며 여성비하랑 자질칭찬이 섞인 말들을 하셨지. 어쨌거나 엄마 할머니의 주특기는 대충 감으로 아낌없이 팍팍 양념과 재료 넣으시면 늘 맛있던 음식.
깔끔한 요리와 눈대중으로 만들면 딱딱 들어맞아서 마을에서 잔치에 불려 다니는 인기 아낙이었대. 조선시대인 1903년에 태어나신 분이니까. 좋아하시는 건 하얀 옷과 감촉 좋은 정갈한 이불. 그 피를 엄마가 쏙 물려받은 듯하다. 옷과 이불은 시장에 지나가면서도 꼭 구경해야 하니까. 하여튼 엄마의 할머니가 잘 만드시던 음식이 수제비, 칼국수, 만두였지.
그래서 너희 외갓집은 대대로 수제비, 칼국수, 만두를 좋아해서, 우리 삼 남매도 어디 가면 만두 맛집이란 맛집은 다 다녀 보지만 그 맛은 찾기 어려웠지. 생각나면 만들어 먹는 수밖에. 손은 많이 가지만 만드는 법은 간단하거든.
정말 맛있게 하려면 힘 있을 때만 반죽해서 만두피 만들어 봐. 이게 제일 힘들거든. 평소엔 사서 만들고.. 밀가루, 물 반반으로 섞어서 반죽해서 냉장고에 미리 넣어둬. 적당 사이즈로 잘라 동그랗게 방망이로 밀어서 만두피를 만드는 거야.
힘드니까 처음엔 만두피 사서 해 보구. 마트말구 재래시장 떡집이나 두부집에서 사는 게 맛있다.
반죽 남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날 수제비 해서 먹고. 뭐든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기보단 쉽게 해보구 하나씩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궁리하는 재미가 있는 게 좋은 거 같같아. 사는 것도 그렇구.
이. 세상에서 배우는 거보다 재밌는 게 있을까?
어차피 음식을 해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가랑비에 옷 젖듯 쉽게 해보면서 하나씩 더해 나가면 어느새 나만의 쉬운 비법이 생기는 거 같아. 사는 것도 그렇구.
*어릴 적에 만들던 대로 만두피에 물을 묻혀서 꼼꼼히 붙여주면 끝. 모양은 맘대로. 엄마는 그냥 붙이기도 하고 조금 접어서 모양을 내기도 하고 장미꽃처럼 양끝을 붙이기도 해.
그 때 그때 하고싶은 대로 하는 게 요리의 재미지. 아이들한테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라 하면 자기가 만든 건 진짜 잘 먹어.
아이들 돌보기 지루한 날이나 아이들이 놀거리 없어 엄마를 볶을 때, 아빠를 많이 기다려야 할 때, 만두가 너무 먹고 싶을 때 등등 엄마는 그럴 때 만두를 만들어 먹은 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즐거웠거든.
음식은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즐거워.
인생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고된 것도 고된줄 모르고 즐거워지는 거 같다.
만두 만들기
1. 만두피 준비
2. 만두소 준비
부추1단, 간 돼지고기1봉(돼지고기에 후추와 진간장 넣고 섞기). 부추를 잘게 썰게 이 두 가지만 섞어서 진간장, 들기름 넣고 살살 섞으면 끝(간마늘은 있으면 넣구, 없음 말구)
3. 만두피에 만두소 넣고 양쪽을 붙이면 끝(붙일 때 물을 칠해야 잘 붙는 거 알지?)
4. 초간장 준비(간장 식초 3:1 정도 섞고, 고춧가루 살살) : 이게 있으니 간이 딱 안 맞아도 걱정 없어. 요거 찻숟가락으로 만두속에 살살 넣어 먹으면 무조건 맛있으니까.
*만두소 선택
부추+돼지고기(+당면)
부추+김치+돼지고기(+당면+두부+숙주)
애호박+새우살+새우젓간(+다진표고버섯)
*찐만두 국만두
1. 국물 준비( 멸치육수/ 소고기 육수 중)
2. 찜솥에 만두를 찌는 동안
3. 국물에 만두를 넣고 끓이면
4. 동시에 두 가지 만두를
5. 국물을 떠서 찐만두를 담가 먹어도 좋고
6. 국물에 끓여서 건진 만두를 찐만두처럼 먹어도 좋고(중국식 만두가 이런 게 있더라)
7. 초간장은 두 가지에 다 찻숟가락으로 만두 속에 살살 넣으며 먹으면 제맛
8. 엄마는 찐만두파이지만 겨울엔 꼭 국물 만두를 같이 해서 따뜻하게 먹는 게 좋아
*만두 저장
한번 만들기 힘드니 찐만두를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찌기 전에 날것으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만든 그대로 쟁반에 비닐을 덮어서 냉동실에 넣어 얼린 후 비닐팩에 보관)
떡국 끓일 때 넣거나
수제비와 함께 끓여 먹거나
찐만두로 쪄먹으면 하면 좋아.
만두피도 남으면 그대로 냉동실에 넣었다가 다시 만두를 만들 때 상온에 녹여서 활용하면 된대. 엄마는 싹 다 만들어서 찌는 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