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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Sep 16. 2022

밥에 청국장의 힘-땅의 기운을 품은

땅의 기운품은 밥. 발효 식품의 위대함 청국장

*밥


땅의 기운을 품은 밥, 한국식 발효식품의 위대함


아빠가 암 수술 후에 이런저런 민간요법을 할 때 현미밥과 잡곡밥도 많이 먹었어.

그런데 엄마는 위가 예민해져서 같이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밥맛이 없어서 살이 마르고 기운이 없더라. 그래서 내 입에 맛있는 밥을 찾기 시작했지.

이 솥 저 솥 사용해보고 쌀도 이것저것 사보고.

그러다가 내게 딱 맞는 밥을 찾게 되었어. 언제 먹어도 속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밥.

한동안은 항암치료 후 독소 배출에 현미와 잡곡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그런데 위가 작은 아빠와 위가 예민한 엄마에겐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고 밥 먹을 때 행복해지는 백미밥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냥 본능적으로 느낀 거지. 행복하고 맛있게 밥을 먹고 싶었으니까.

한동안은 아빠는 잡곡 현미, 엄마는 백미 따로 지어먹다가 결국 맛있는 백미에 가끔 잡곡을 섞는 정도로 맛있는 밥 위주로 밥을 하게 되었지.

맛있는 밥을 먹어야 행복하고 밥상이 즐거우니까.

잡곡밥. 현미밥 -밥이 보약이었던 듯


아빠는 일체 밖에선 외식을 하지 않는 생활을 5년 정도 한 거 같아. 그러니 집에서 먹는 밥이 맛있고 행복해야 할 거 같았어.

현미 잡곡으로만 밥을 먹으면 너희들도 엄마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아빠도 과자 같은 달달한 탄수화물 간식을 먹고 싶어 했으니까.


살면서 밥을 지어먹는 방법도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맞는 법을 찾아가야 하는 거 같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그 중심에 땅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밥이 있울 수 밖에 없고.

밥이 맛있으면 야채를 살짝 쳐서 바글된장에 싸먹어도 일품

겨울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밥 향기가 나고 구수한 찌개 향이 나면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야.

실제로도 이것저것 끓이니 집안에 온기가 돌고.

특히 맛있는 쌀로 밥을 지으면 향이 더 좋아.

맛있는 밥의 비결을 찾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밥에 관심이 많은 엄마이기에 열심히 봤지.

다큐에서 밥의 비법을 찾아 한국으로 일본으로 헤매다 결론은 갓 도정한 쌀로 갓 지은 밥.

쌀의 영향이 무척 커.

쌀 선택이 첫 번째로 밥 맛을 결정하지.

우선은 햅쌀이겠고. 다음은 쌀의 품종.


로컬푸드에서 진상미가 제일 겉은 고슬고슬하면서도 속은 찰진 맛이라 너희들이 가장 좋아했어.

수향미도 밥향이 향기롭게 느껴져서 맛있고. 고시히까리 품종도 맛있더라.

어쩌다 큰 마트에서 아무 쌀을 구입해서 밥을 지으면 귀신같이 온 식구가 밥을 적게 먹어. 그리고 단 음식을 찾지.

밥 자체의 맛을 알아야 밥을 사랑하고 평생 잘 지어먹는 거 같다.

 

아기 키울 때 이것저것 좋다는 야채에 고기에 넣고 쌀과 갈아서 이유식을 만들었는데

맛에 예민한 둘째가 자꾸 뱉는 거야.

할머니가 맛있는 걸 줘야지 하시며 갓 지은 반짝반짝한 밥알을 입에 넣어주니 날름날름 잘 받아먹더라.

그때 깨달았지.

이유식이란 건 이것저것 넣어서 섞은 죽이 아니라, 아기도 밥을 잘 먹도록 밥을 맛있을 때 주어 밥 맛을 알게 해주는 거란 걸.

그 후론 갓 지은 밥알과 김치 조각, 오이지 국물 등을 활용해서 편하게 이유식을 했단다. 밥에 발효음식을 조금 얹어서 주면 날름날름 잘 받아먹어. 이유식 조리법이란 게 따로 없는 거야.


그래서일까 너희들은 유난히 맛있는 밥을 좋아해.

외식할 때는 솥밥을 지어주는 곳에 가면 거의 밥이 맛있어. 1인분 솥에 센 불로  갓 지어 주니까.

고슬고슬 반짝반짝한 게 맛있거든.

그래서 가족 외식은 솥밥을 해주는 곳으로 고르곤 했단다.

한 때는 솥밥에 꽂혀서 외국의 유명 브랜드 무쇠솥을 사서 보글보글하면 불 줄이고 해서 밥을 지어먹을 때도 있었는데 자꾸 밥물이 넘쳐서 레인지도 더러워지고 솥은 무겁고 해서 어느샌가 그만두었지.

20년이 다된 전기밥솥. 불린 쌀 백미쾌속  20분이면 끝. 보온은 바로 꺼야해.

그러다가 압력밥솥에 꽂혀서 유명 브랜드 압력솥을 십 여만원 주고 사서 한참을 썼어.

할머니는 프랑스 제품을 쓰셨고

엄마는 독일 제품을 썼는데 쌀의 종류에 상관없이 압력이 세서인가 밥이 찰지게 잘 되더라.

그런데 단돈 5만 원짜리 풍년 압력솥을 쓰시는 친할머니 밥도 역시 맛있더라고.

밥솥의 문제는 아닌 거 같고 좋아하는 밥의 느낌을 자기가 가진 솥으로 내면 되는 거 같더라고.


할머니의 프랑스 압력솥, 엄마의 독일 압력솥. 솥밥용 무쇠솥

엄마는 너무 찰진 밥보다는 살짝 고슬고슬한 밥을 더 좋아해서 결국은 가장 편리하고 예약 가능한 쿠쿠 전기압력밥솥으로 마무리되었지. 그래서 지금 20년째 6인용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있단다.

이것도 엄마에겐 너무 찰지게 느껴져서 딱 맞는 방법을 찾게 되었지.

쾌속취사 버튼.

쌀 씻어서 물에 불려 놓았다가 쾌속취사 누르면 단 20분 만에 고슬고슬하면서도 속은 차진 반짝반짝한 밥이 되더라.

중요한 건 밥이 되자마자 보온을 꺼 줘야 해.

보온 상태로 두면 바로 윤기를 잃어버리거든.


너희들도 살다가 어느 솥을 만나고 어떤 밥 맛을 사랑하게 될지 모르지.

하지만 땅이 주는 기운으로 한국식 발효식품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밥 짓기

1. 좋은 쌀 준비

-쌀 구입에 신중을 기할 것

-도정 날짜를 확인해서 최근 것을 선택할 것

2. 씻어서 물을 버리고 30분 불릴 것(아침에 지을 밥이라면 전 날 밤에 미리 씻어서 물기를 뺀 후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되고)

3. 불린 쌀에 물을 붓고(검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 쿠쿠 전기밥솥 쾌속취사(빠르게 하면 고슬고슬하고 쌀의 질이 좋으면 찰기는 속에 품고 있지. 딱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갓 지은 밥맛)


*팁: 쌀이 맛없을 때는 찹쌀을 섞고, 흑미나 기장을 섞으면 색다른 맛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어(친할머니 비법) 진상미, 여주쌀 등 좋다는 햅쌀 구입. 몇 천 원 쌀값 아끼지 말고 투자할 것.


고기없이 육수팩으로 간단히 청국장 찌개


*청국장

할머니가 가끔 콩을 삶아서 따뜻한 곳에 이불 덮고 며칠 두며 청국장을 만드셨어.

할머니도 몸이 아파지시고 청국장 만드는 기계가 나와서 산 적도 있어.

콩을 삶아서 적당히 따뜻하게 시간 맞추어 두는 건데 요구르트 만드는 방식과 비슷해.


맞벌이에 삼시 세끼가 너무 바쁘니까 청국장 만들기는 힘들고, 할머니가 만들어주시거나 청국장을 만들어 파시는 동네 아주머니한테 사기도 했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동네 로컬푸드에서  할머니 거랑 비슷한 맛인 걸 사 먹었어.

정선에 여행 가서 정선시장에서 집에서 만든 청국장이라고 해서 샀는데 할머니 맛과 똑같아.

그래서 한 다발 사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명함도 잘 두었단다.

정선시장서 만난 청국장


맛있는 청국장만 있으면 간단해.

청국장찌개가 맛없었다면 분명 청국장이 맛없어서 그러니 맛있는 청국장을 구해 보거라.

청국장에 김치와 말랑한 두부만 있으면 끝이니까.

너무 간단하지만 콩을 발효시켜서 언제나 뱃속을 편안하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이란다.

아마도 밥도 콩도 땅의 기운을 듬뿍 품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니 밥도 청국장도 아빠의 암을 이기는 힘이 되었고

엄마의 예민한 위장을 달래주며 지금까지 잘 살아오게 한 음식인 거야.


청국장 찌개 끓이기

1. 소고기, 마늘, 국간장 넣고 살살 볶다가(고기 없으면 안 넣어도 되고)

2. 육수에 청국장이랑 김치 넣고 두부 넣고 끝

3. 육수 팩도 없으면 그냥 멸치랑 다시마 넣고 끓여도 되고


소고기 넣고 끓인 청국장 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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