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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Sep 02. 2022

건강 냉파 김밥-집밥맛 김밥

냉장고 속 건강음식으로 싸면 집밥 김밥

김밥

특별한 게 없는 게 나만의 비법
할아버지가 인정하신 엄마의 음식 김밥
 

할머니가 물으셨어.

어떻게 김밥을 싸길래 김밥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할아버지도 네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냐고.

근데 딱히 알려드릴 게 없더라고.

별다른 비법은 없었으니까.


직장에도 싸간 적이 있는데 동료들이 특별히 들어간 것도 없는데 왜 이리 맛있죠? 하고 물었던 기억이 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 있긴 있어


1. 쌀 선택-로컬푸드 진상미로 고슬고슬하게 밥 짓기(수향미, 또는 이천쌀 등 좋은 쌀을 써야 해)

2. 밥 짓기-30분 불려서 전기밥솥이라면 쾌속으로 빠르게(20분). 고슬고슬하게 지으려니 밥물은 살짝 적은 듯(손가락 한마디). 잘 모르면 전기밥솥에 김초밥이란 메뉴를 활용해도 되고. 질게 밥이 되면 김밥은 무조건 맛이 없더라.

3. 밥은 적게 넣고 김밥 재료는 많지 않게 가늘게 쌀 것.

4. 김발 없이 손으로 가볍게 쌀 것: 밥이 꽉 눌리지 않게(김발로 싸면 밥이 꽉 눌려. 이건 파는 김밥 모양내는 거고 집밥은 살살 모양 유지할 정도만 비닐장갑 끼고 양손으로 눌러주며 말면 돼.

5. 재료에 김치는 꼭 넣고, 깔끔한 집밥 맛이 나니까

6. 김밥을 싸기 전에 냉장고를 잘 살펴보고 활용할 재료를 찾아볼 것

7. 맛있는 김을 선택할 것(구운 조미김, 파래김, 곱창김 등)-엄마는 김밥용 김으로 파는 것보다 소금에 재워둔 조미김이나 곱창김이 맛있더라. 모양은 좀 안 나도.


많은 재료를 다 넣는 게 아니라.

이 중에 선택적으로 준비해서 그때그때 싸면 돼.

신중하게 선택한 건 쌀, 김, 맛살, 김치.

달걀 준비할 때 달걀말이를 하나 더해 두고 반찬으로 활용. 그대로 밥을 퍼서 옆에서 밥을 먹어도 좋아.


김을 펴고 비닐장갑을 끼고 밥을 한 줌 넣어 살살 편 후 재료들을 올리고 살살 싸주면 끝.

너무 꽉 누르면 밥이 뭉개지고 소화가 안 되니까 김밥이 풀리지 않을 정도만 손으로 살살 싸주면 돼.

가늘게 싸야 맛있다고 너희들이 그러더라.

엄마가 너희들이 넣어 달라는 대로 넣고 빼고 하며 다양하게 싸는 편.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달라. 단무지, 달걀, 맛살, 오이만 넣는 꼬마 김밥형  좋아하는 막내

맛살을 쪽쪽 찢어서 마요네즈 한 숟갈 넣어 부드럽게 싼 걸 좋아했던 할아버지

오이를 소금에 절여서 꼭 짜서 아작아작 씹히고 향이 나는 걸 좋아하는 나

우엉을 간장, 물엿에 졸여서 짭짤한 향이 나는 걸 좋아하는 첫째

깻잎을 넣고 향이 나는 걸 좋아하는 둘째

집밥 김밥이라면 이런저런 맛을 다 좋아하던 아빠

아빠는 김밥이 남으면 다음날 계란에 부쳐서 전으로 만들어줘도 좋아하고.

손으로 살살 말기-초등학생 막내는 몇 번 하면 잘하더라. 내가 싼 거 내가 먹을 거니까


김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 보는 거야.

파는 김밥에서 맛있었던 걸 배우고-우엉조림이나 맛살 마요네즈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것 중 선택- 김치는 씻어서 물기 짜 놓거나, 매콤한 맛 원하면 김치 국물만 짜 놓고, 묵은지는 여러 번 씻어서 짜 놓고.

햄 대신 수제 소시지나, 불고기, 장아찌류 등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이렇게 저렇게 활용해서 싸 보다 보면 맛있다 싶은 게 나와.


김밥용 김이 아닌  구운 조미김은 옆구리에 밥이 나오기도 하지만 맛은 더 좋다


힘들 때나 잘 모를 때는 기본 단무지, 달걀, 오이에 반찬 한 가지 정도로 간단히 싸고.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편하게 해 보는 거야.

밥에 소금이랑 들기름을 조금 넣어서 살살 김을 빼주며 밥 자체가 맛있으면 거의 성공이야

밥에 맛있는 반찬들을 함께 먹는다고 생각해봐.

그럼 나만의 김밥이 만들어질 테니.

그래서 엄마는 자르지 않은 재운 김을 사서 김밥을 싸곤 했어.

밥에 간을 하지 않아도 딱 맛있어.

가끔은 밥에 기름이랑 소금을 넣은 게 질릴 때가 있거든.

재료가 많은 날은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속을 넣어 싸 두고 취향대로 골라 먹기도 해.

그럼 여러 가지 맛을 보면서 최고 잘 어울리는 걸 찾을 수가 있거든.

막내랑 둘째는 엄마가 김밥을 싸면

식탁에 앉아서 자기 김밥을 자기가 싸 먹곤 했어.

속은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넣고 자기가 싼 건 자기가 먹기.

그럼 억지로 먹어라 하지 않아도 자기 건 엉성하게 싸졌어서 썰지 않고 통으로 잡고도 잘 먹어.

그때는 힘들어서 그렇게 했는데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기억이 되었네.

 

그저 밥을 맛있게 지어서 맛있는 재료들을 넣어서 골고루 너희들 먹여야지 하는 생각.

집에 있는 재료 활용할 생각.

바로 싸서 따뜻하게 먹어야지 하는 생각.

너희들이랑 공원 갈 때 가져가야지 하는 생각들이었던 거 같아.


음식을 할 땐 어떤 마음이냐 생각이냐가 참 중요해.

내가 먹고 싶을 때 하고 싶을 때 해야 맛있고 재밌어.

힘들고 하기 싫을 때 하면 음식도 맛이 없고 싫어지더라.

그게 비법이었지.

먹고 싶을 때,

가지고 어디 가고 싶을 때,

함께 먹고 싶을 때

나누어 주고 싶을 때만 김밥을 했으니까.

게다가 김밥만 싸 놓으면 그날은 그걸로 하루 종일 먹으며 엄마는 삼시 세끼에서 해방되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선물을 덤으로 받는 거지.



김밥 재료 준비 과정

1. 밥 짓기 준비-쌀 씻어서 밥통에 넣고 물을 부어 불려놓기 30분 해놓고  

볶거나 익히는 재료 먼저 준비(두세 가지만 골라서 하면 돼)


-익히는 재료 준비-

2. 오이-살만 잘라서 소금에 절여두기

3. 달걀-소금 넣고 부쳐서 길게 잘라두기(힘들 땐 간단히 에그 스크램블로 해도 부드럽고 좋음)

4. 당근-채를 썰어서 기름, 소금 넣고 살살 볶아둘 것

5. 햄-집에 있는 소시지, 스팸 잘라서 활용하거나 김밥햄 잘라서 프라이팬에 구워놓고

6. 시금치. 부추 – 데쳐서 들기름, 깨, 국간장 넣고 살짝 버무려 놓고

7. 우엉-가늘게 잘라서 간장, 물엿, 들기름 넣고 졸여놓고

8. 어묵-길게 잘라서 간장, 물엿에 졸여놓고

9. 새우도 볶아서 넣어보기도 하고


익히는 재료를 준비가 다 되었을 쯤에

불린 쌀에 전기밥솥 쾌속취사를 눌러(보통 20분)


-씻고 짜는 재료 준비-

9. 김치-길게 찢어서 국물을 짜 놓을 것(묵은 김치는 씻고, 맛난 김치는 그대로 짜고)

10. 맛살-찢어서 마요네즈 한 숟갈 넣고 버무릴 것

11. 참치-마요네즈 넣고 버무릴 것

12. 깻잎 씻어놓고

13. 단무지-꼭 짜 놓고(짜 놓은 단무지 파는 것 넣어도 되고 가끔은 쌈무를 넣기도 해, 단무지가 없으면 장아찌나 김치를 넣으면 되고)

14. 치즈-입맛에 맞으면 넣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 준비-

15. 멸치 볶음

16. 매실장아찌, 깻잎장아찌, 명이나물 장아찌 등 장아찌류는 꼭 짜 놓고

17. 남은 반찬 중에 넣고 싶은 거 있음 넣어보고(오이지,삭힌고추, 오징어채 등)


절대 이 모든 재료를 다 넣으려는 욕심을 부리지는 말고 그럼 맛이 없어질 게 분명해.

선택은 포기랑 같은 뜻이기도 해.

딱 내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만 선택해야 해. 나머지는 포기하거나 다음에 해보기로 하고.

다른 선택도 마찬가지란다. 다 가지는 건 없는 거지.


이 중에 내가 오늘 하겠다 싶은 것만 골라 넣어.

아주 단순하게 싼 게 때론 정말 안 질리고 맛있더라.

오늘 해보고 다음엔 한 두 가지 추가해 보는 거지.

사는 것도 그렇더라. 내가 꼭 해야 할 일 한 두 가지, 내가 하고 싶은 일 한 두 가지만 하면서 살면 아주 간단히 행복해지는 거 같다. 항상 나를 중심에 두고 말이야.


모양보다 맛이 좋은 집밥 김밥, 추가로 달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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