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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Sep 01. 2022

묵은지-재활용 가능성 무한대

김치계의 아나바다

김치계의 아나바다


엄마가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아하는 반찬은 김치야. 

다양한 김치가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으면 행복해.

정성이 가득 들어간 진정한 한식의 중심이지.

김치 대가들의 책을 많이 보기도 했지. 

여러 번의 실패도 있었고.


김치를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간이 안 맞아서 실패할 때도 있고

주변에서 주신 김치가 있는데 손이 안 갈 때

맛있는 김치라도 쉬어서 먹기 싫어질 때

엄마는 백김치도 같이 하곤 했는데 처음엔 맛있게 잘 먹다가 더 이상 안 먹고 싶을 때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주신 정성 가득한 김치인데 안 먹게 될 때 등등. 

묵고 있는 김치가 있을 땐 무조건 이거야.

 

요즘같이 찬바람이 나길 시작할 때 

갓 지은 밥에 이걸 쭉쭉 찢어서 얹어 먹으면 바로 따뜻한 집밥이 되는 거야. 

곧 다가올 김장철을 대비해서 서서히 김치 냉장고도 비워야 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정성스러운 김치들을 되살려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


묵은지는 양념이 쉰 거니까 양념을 다 씻어내어 맛있는 배추는 다시 살려내는 거지. 

배추는 살려서 먹어야 하니 

묵은지 볶음이나 찜을 할 때는 

썰지 않아야 맛있는 맛이 살아있는 거 같다.

배추 꽁다리만 잘라내고 배춧잎은 자르지 않고 그대로 씻는 게 좋아. 

한 5번 이상은 깨끗한 물에 씻어서 찬물에 잠시 담가 두고 맛을 보고 신맛이 많이 나면 조금 더 담가 둬.


들기름 향이 적절히 배어야 맛있는 맛이 나니 들기름을 넉넉히 넣으면 좋고.

육수가 있을 땐 육수를 넣고 지지고

육수가 없을 땐 멸치 한 줌이랑 표고를 넣고 파 마늘 듬뿍 넣고 끓이고 나중에 건져내면 돼.

한 30분 이상은 푹 지져야 맛있고, 

가끔은 간으로 된장을 좀 넣기도 하고, 안 넣기도 해. 김치 자체의 간이 배어 나오거든. 그건 먹어보면서 하면 돼. 한 번은 된장을 조금 넣어보고, 한 번은 국간장을 넣어보고 입맛대로 요리해보면 돼. 엄마는 그냥 김치의 간이 배어 나오게 두고 간은 따로 하지 않을 때가 많아. 

신맛이 너무 난다 싶으면 매실청 한 숟갈이나 설탕 조금 넣어보고.


김치는 집밥에서 제일 중요한 거니까

함부로 버릴 수는 없지

아껴먹고, 나눠먹고, 바꿔먹고, 다시 먹는 아나바다의 지혜를 발휘해서 반찬으로 활용하면 만든 사람의 정성에 다시 감사할 수 있고 김치의 활용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더라.


최근엔 근사한 한정식 집에서도 쌈채소랑 같이 묵은지를 같이 놓고 쌈 싸 먹는 데 활용하길래 엄마도 손님이 왔을 때 해봤는데, 삼겹살의 느끼함에 어우려져 정말 깔끔하고 맛있었단다.

무엇이건 때를 지나쳐서 아차 싶을 땐, 

곰곰이 생각하면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떠오르기도 하는 겉 같다. 

다른 건 정말 척척 잘 버리는 데 온갖 정성으로 키운 배추와 그 배추에 또 정성을 입힌 김치만은 잘 포기하지 못하는 건 김치를 담아보고 맛있어지길 설레며 기다려본 사람 이어서일까?


제일 간단한 묵은지 활용은 그저 양념을 깨끗이 씻어서 꼭 짜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때 그때 썰어먹는 거야. 어제 아침에 누룽지에 올려먹으니 입맛 없는 아침에 편하게 먹기로 딱이더라. 고구마를 구워서도 얹어먹고. 씻어두면 새록새록 이것저것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김치 아나바다 꼭 활용해보렴.   

그저 깨끗이 양념을 씻어내고 꼭 짜기만 하면 되니 무척 쉽지. 

근데 이걸 활용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네. 살림 20년이 되어서야 한 방에 냉장고를 비워버려 다 버려 하지 않고 서서히 활용을 하며 비우게 된 거 같다.


묵은지 볶음

1. 묵은 김치를 찬물에 여러 번 씻어 찬물에 담가 두어(쉰내가 많이 나면 몇 시간, 아님 바로 해도 되고)

2. 냄비에 넣고 육수를 부어

3. 들기름을 두 숟갈 정도, 설탕 살짝 넣고 30분 정도 중간 불로 푹 끓여(설탕이 신 맛을 좀 줄여주니까)

4. 쭉쭉 찢어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구수한 맛이 나는 질리지 않는 반찬


묵은지 활용법 무한대

1. 배추 꽁다리를 잘라서 5번 이상 깨끗이 김치를 헹궈내(김치 속이 하나도 남지 않게)

2. 물을 꼭 짜서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3. 먹기 좋게 잘라서 그때그때 활용

-삼겹살 싸 먹기 활용(개운하고 간이 잘 맞음)

-김치 삼합에 활용

-아침에 밑반찬으로 밥 싸 먹기에 활용

-잘게 잘라서 볶음밥에 활용

-김밥 속재료로 활용

-쏭쏭 잘라서 부침개에 넣어 활용

-잘게 잘라 꼭 짜서 멸치볶음과 김자반과 같이 넣어 주먹밥 재료로 활용

-묵은지 나물로 활용(꼭 짠 묵은지에 마늘, 참깨, 들기름을 넣고 무치면 밑반찬)

깨끗이 씻어서 냉장고에 보관해서 먹을 때 잘라서 반찬으로 활용

꼭 짜서 무쳐서 밑반찬으로 활용, 김밥 속재료로 활용(김치 맛이 나서 간이 딱 맞고 깔끔)

묵은지 활용 볶음밥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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