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은 투병보다 생활화로
항암 육수
생각보다 쉬운 항암 생활화
한때 항암이라고 붙어있는 것은 뭐든 하려고 노력했었어.
아빠의 암이 재발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던 그 때
뭐든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았던 그 때
버섯이 특히 좋은데 가족들이 좋아하질 않아서 항상 육수에 듬뿍 넣고 끓였지.
국물 요리는 다 이걸로 하는 거야. 잔치국수, 수제비,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지찌개, 떡국, 달걀국, 김치, 나물…. 뭐든지.
20년 정도 지나니까 항암이란 단어는 서서히 잊히고 그냥 습관처럼 육수를 끓여두고 반찬을 만들게 되더라고.
재료를 늘 사 두는 거지.
좋은 것들이 보일 때마다
멸치, 다시마, 황태, 표고, 파, 마늘, 양파, 고추
재료는 그때그때 달리 해보는 거야.
멸치 대신 소고기를 넣거나,
황태를 넣거나 넣고 빼고 하는데 기본으로 마늘이나 표고는 늘 듬뿍 넣고,
혹 주변에서 양파나 마늘 시골에서 주셨다고 나눠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걸 듬뿍 넣고.
하여튼 있는 재료를 듬뿍 넣고 그때그때 당기는 대로 응용하면 돼.
칼칼하게 하고 싶으면 청양고추 넣고.
이 모든 기본 재료들이 다 좋은 거니까.
몸이 힘들거나 요리하길 싫을 땐
국물다시 팩을 사서 쓰고 그것도 힘들면 알약 모양으로 나온 가루 천연양념도 넣어보고.
가끔은 육수에 파는 천연양념을 추가하기도 하고.
표고 가루는 사 두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감칠맛이 좋더라.
항암식품이라고 따로 챙겨먹기 힘드니 국물에 항암 재료를 듬뿍 넣어서 모든 국물로 쓰는 걸 생활화하면 생각보다 항암식품 생활화가 어렵진 않을거야.
병을 두려워하기보단 식재료를 건강하게 쓰면 몸도 맘도 편하더라.
이걸 깨닫기까지 20년이 걸리긴 했어.
인생의 고난은 어느날 갑자기 천둥처럼 오는데
그냥 담담하게 걸어가는 게
그러다 보면 비가 그치고 천둥도 사라진 맑은 날도 온다는 믿음으로
그냥 젖은 발로
담담히 무심히 걸어가는 게 답이었는가 보다.
그런데 그게 젊은 엄마에겐 너무나 어려웠단다.
덕분에 천둥이 쳐도 치지 않아도
내 마음의 평화가 행복임을 느끼며 이 순간을 만끽하게 되었단다.
요리도 루틴을 만들면 쉬워지지.
설겆이나 재료를 다듬거나 부엌에서 시간을 보낼 때 늘 미리 육수를 끓여놓는 거야
5분만 끓이고 불끄고 뚜껑을 덮어놓으면 맛이 우러나거든.
그럼 다음 끼니에 이 국물을 활용해서 끓이고 졸이고 볶고 어떤 요리든지 할수가 있지.
오늘같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은 이 국물로 수제비를 해먹어도 좋고
된장 찌개를 끓여서 고슬고슬한 밥이랑 먹어도 좋아
따뜻한 온기로 스스로의 몸과 맘을 덥히고 또 하루를 따뜻하게 살아가는 거지
딸들아
신발이 젖어서 축축한 비오는 날도
천둥이 치는 날도
덤덤히 걸어가거라.
따뜻하게 스스로를 돌보면서 말이야.
어떤 국물 요리든지 다 넣으면 맛이 나는 항암육수-만능국물요리육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