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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Sep 24. 2018

056. 찐따

눈치를 보는 습성에 관하여

  나는 남들 눈치를 많이 본다. 나 자신보다 남들에 대해서 특히나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를 풀 때 온전히 문제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남들이 얼마나 풀었는지가 더 궁금했다. 시험공부를 하는 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남들은 얼마나 공부하는지에 두뇌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혹은 사진 영상 개인 과제를 하는 데 내 구상은 뒷전이고 남들 구상에 더 관심을 가졌다. 지금 봐도 찐따 같다 진짜... 나는 내 인생보다 남들 인생을 궁금해하는 인간이었다. 최근까지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더 찐따 같은 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에게 굉장히 중요했다는 점이다. 나에 대한 내 생각보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남들의 평가를 더 소중하게 여겼다. 객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생각을 점점 뒤로 젖혀두고 남들의 직조한 이런저런 틀에 스스로를 맞춰가다 보니 나는 점점 뭉툭해졌다. 예전에는 남들에게 손가락질받았지만 그만큼 빛나는 무언가도 있었는데(과거 추억 보정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지금은 빛 났던 흔적이 남아는 있을까?

  이제는 내 삶을 남들의 기준에 맞췄다는 걸 자각하고 나서 나를 짓눌렀던 여러 개의 틀에서 벗어나 보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보는 중이다. 찐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탈피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중이다. 디자인조형학부 수업을 찾아서 듣고, 브런치에 000하루하루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간간히 사진과 영상도 찍는 중이다. 이 노력이 나를 옥죄는 다른 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을 찐따라고 이야기하고 욕하는 건 쉽지만 나를 찐따라고 인정하고 이를 벗어나기는 너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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