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수도병원 입원기 1편.
군 복무 중에 입실을 했다. 병명은 폐렴. 원인은 지나친 흡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입대를 하고 본격적으로 입에 대기 시작한 담배는 미처 적응하지 못한 내 순수한 폐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군의관에게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듣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전혀 나답지 않으면서도 나다웠다.
"일 엄청 쌓이겠네"
당시 업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처부에 간부는 다섯 명인데, 병사는 나 혼자였다. 미숙한 일처리 탓에 일은 점점 쌓였고 싫은 소리도 군 복무하는 그 누구보다 자주 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압박감이 엄청났지만 체온은 야속하게도 39도 밑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3시간 후에 나는 환자복을 입은 채 국군수도병원 호흡기 내과 병실에 누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숨이 안 쉬어져서 코에 작은 산소호흡기를 꼈다. 맥박 수치를 체크하는 기구도 왼손 검지 손가락에 꼈다. 그 외 여러 가지 기구를 몸에 꼈다. 돌이켜보면 꽤 심각한 상황이었다. 무려 사일 동안이나 내 몸은 39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기관지 내시경 수술을 받기 전까지 해열제만 링거로 투여받았는데, 단지 열이 40도로 치솟는 것을 막는 것 이상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꽤 센 해열제인데 말이다(그렇다고 들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좌뇌와 우뇌가 정확하게 갈라지는 느낌이었다.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분리해서 훈련하는 게 그렇게 아파 보이지 않던데. 하루키도 지독한 폐렴을 경험하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군의관과 수술 일정을 정했다. 무서웠다. 기관지 내시경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술 이름도 수술 이름이었지만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한다는 게 솔직히 더 무서웠다. 기사화된 몇몇 의료사고가 머릿속을 휘감았다. 차라리 좌뇌와 우뇌를 갈라놓는 게 낫지 않을까? 수술 전에 수술 동의서를 작성할 때 2%의 환자가 쇼크사를 한다는 간호장교의 말은 나를 겁에 질리게 하는 데 충분했다. 솔직히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기 싫었다. 민간 병원에서 수술하고 싶었는 데 도저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쫄보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때만큼 손을 떨어본 적이 없었다. 수능날보다 더 떨렸다. 두 번째 수능보다도.
애석하게도, 수술의 날은 당연히 날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