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미장센 단편영화제

부끄러움.

by 조현서

미장센 단편영화제를 갔다. 희극지왕3과 4만번의 구타, 총 두 섹션 봤다. 세 시간 반이 조금 안 되어 영화 일곱 편을 감상했다. 단편 영화의 장점이다. 10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영화 세네 편을 볼 수 있다. 러닝타임이 짧으니 영화의 흐름이 빠르고 전개가 다이내믹하다. 상업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소재 혹은 신기한 연출 방식을 선사한다. 모든 상영작이 비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렇게 마음대로 재단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내가 다른 영화제에서 본 단편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내 꿈이 되었다. 어떻게, 언제, 왜, 어디서 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키처럼 "어느 날 너무나도 당연하게" 소설을 쓰기로 결정한 것처럼, 나도 20살의 어느 날 갑자기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영화와 내가 강한 '연관성'을 띄지도 않았다. 유일한 연관성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 때 격주로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정도?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의 주인공처럼 나는 영화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내가 그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는 걸 올해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확인했다. 나도 영화를 이토록 사랑했는 데. 100만 원도 채 안 하는 DLSR로 뭐라도 찍으러 이리저리 다녔다. 선배들이 작업한다 그러면 아침 5시에 일어나서 허드렛일이라도 도우러 나갔다. 차량통제 조차도 뿌듯했다. 누군가는 보잘것없다고 폄하했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변했다. 언제부터, 왜 나는 변한 건가, 혹은 지친 건가. '군대'라는 핑계로 정신승리를 해보지만 원인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미장센 단편영화제로 뼈저리게 느꼈다.

오에 겐자부로는 매일 하루에 여섯 시간 동안 온전히 글을 쓴다. 스테판 킹도 집필은 찰나의 영감이 아닌 노동이라고 말한다. 내 앞에 있는 대학교 선배도 계속 영상 편집 작업 중이다. 나는 영화를 어떻게 대했는가. '꽤 여러 편 봤으니 영화에 푹 빠진 걸 거야"라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되뇌며 본질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부끄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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