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아빠와 나

맨날 싸우는데 어제는 달랐다.

by 조현서

나하고 아빠하고 이야기를 하면 안 싸운 적이 없다. 온갖 주제에서 생각이 정반대이다. 진심으로 싸운 적도 꽤 있다. 너는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며 타박 아닌 타박도 많이 받았다. 아빠의 타박이 인생에 도움이 될 때가 많지만, 내 방구석 여포 기질은 도움을 발로 걷어차 버리기 일수이다. 아빠랑 참 안 맞는다.

부자의 의견이 오랜만에 일치했다. 제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와 남자의 능력 차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나는 남자의 능력이 더 고평가 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기저에는 분명히 군대 문제가 있고, 군대의 비정상적 상명하복식 문화에 비교적 잘 적응하는 남자, 특히나 군필 남자가 능력에 비해 고평가 받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아빠가 내 주장에 분명히 반대할 줄 알았는 데, 귀납적으로 찬성하는 거 아닌가? 놀랐다.

비슷한 애들 뽑으면 오히려 여자애들이 더 잘하는 거 같아

아빠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강의한 교수님의 조교가 우연히도 고등학교 교외활동 때 뵌 분이셨다. 기억은 정확히 안나지만, 아마 GLIS때였을 거다. 그분이 세미나에서 통계 프로그램을 엄청 잘 다뤄서 아빠가 놀랐다고 한다. 여태까지의 인사 경험과 최근 세미나로 인해 아빠한테 ‘군대 갔다 온 남자애가 여자애들보다 훨씬 빠릿빠릿하게 일 잘한다’ 선입견은 사라진 듯 보인다. 정말 작은 부분 부분에서 남성우월주의적 선입견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세상은 정말 느리지만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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