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영화의 가장 무서운 속성.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y 조현서

나는 영화를 혼자 본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나마 가장 익숙한 사람은 아빠이다. 내가 영화에 빠지는 데 크게 일조한 분인데, 고등학교 2~3학년 때 2주에 한 번씩 같이 영화를 봤다. 집에서 시간 나면 영화 채널을 트신다. 아빠랑 영화를 볼 때는 영화가 재미있을지 여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게 큰 책임감이 없다. 다음에 더 재밌는 거 보지 뭐. 가벼운 마음이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걸 꺼리는 이유는 그 누군가의 시간 때문이다. 영화라는 매체는 그걸 접하는 2시간 동안은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물론 즐겁다면 즐거움을 체험하겠지만 영화가 불쾌하다면, 불쾌함을 2시간 동안 계속 체험해야 한다. 영화란 누군가의 시간을 어떤 것보다 다채롭게 물들이지만 가끔은 어떤 경험보다 끔찍한 감정으로 물들인다. 그게 영화이다. 내가 잘못 추천한 영화로 인해 누군가의 시간을 끔찍하게 염색할 수도 있다.

오늘 친구랑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화를 함께 본다. 사실 무섭다. 혹여나 그 친구에게 가장 불쾌한 110분이 되지 않을까. 특히나 영화제에서 볼 영화를 고를 때 꽤 고심한다. 상업 영화와 많이 다르다 보니 감독도 보고, 영화제 수상 내역도 찾아보고, 트레일러도 찾아서 본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게 영화이다. 별로 인 듯한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였던 경우도 있고 기대를 한 껏 한 영화가 실망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써니를 찾아서>를 함께 보는 데 왓챠의 혹평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혹평은 존재하지만 왠지 오늘 눈에 자꾸 밟힌다. 설령 나한테는 별로여도 그 친구의 마음에는 들었으면 좋겠다. 제발 영화가 좋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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