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영화와 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마감하며.

by 조현서

어제 친구와 함께 본 <써니를 찾아서>를 끝으로 내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끝났다. 친구에게는 미안함을 표한다. 다른 거 볼걸(별로 재미가 없었다). 친구의 시간을 불쾌함으로 염색시킬 수 있기에 항상 불안하지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사진 보정처럼 영화도 더 흥미롭게 보정된다. 반면 혼자 볼 때는 한 번씩 진지한 상념에 빠진다. 어떤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토록 덥고 습한 날 왜 부천까지 와서 영화를 보는 것인가. 영화가 나에게 뭐길래.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000하루하루> 글을 쓸 때 영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때 주로 쓰는 예시가 영화이다. 책 <쓸 만한 인간>에 관해서 쓸 때도 영화 <폭스캐쳐>를 끌어왔고, 일상 예술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과 <패터슨>,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글은 <세일즈맨>을 활용했다. 매거진 <000하루하루>를 처음 쓸 때 영화 리뷰를 지양했다. 내 이야기를 적으려고 시작했는 데 남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읽어주는 남자> 리뷰를 적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 내용 혹은 내 감상을 적었다.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스물한 살부터 지금까지 4 년간 수 백 편의 영화를 달려오면서 내 생각과 내가 본 영화를 분리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겼다. 종속인지, 집착인지, 단순한 취향인지 아니면 사랑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뭐든 간에 내 이십 대를 규정하는 건 단연코 영화이다. 나의 이십 대는 영화였고, 지금도 영화이고, 앞으로도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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