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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산 Aug 01. 2020

100% 생분해?? 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

생분해 플라스틱 이것만은 꼭! 알고 쓰세요!

"땅에 묻기만 하면 100% 생분해됩니다!"


요즘 이런 문구 많이 보시죠? 동네 카페에만 가도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생분해되는 컵이나 비닐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플라스틱 관련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요. 썩는데 최소 500년, 그 이상도 걸릴 것이라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생분해가 된다? 언뜻 보면 되게 혁신적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플라스틱을 마음껏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플라스틱을 쓰며 한 번이라도 양심의 가책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시겠지요.


아무튼,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 생분해되는 비닐이라든가 페트병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회사나 판매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매립 시 해당 제품은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니깐 안심하고 사용하라는 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적어도 500년은 썩지 않는다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정말 완벽하게 생분해가 되어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현재 지구 상 최고의 환경 파괴범으로 불리고 있는 플라스틱이 어느 순간 친환경 제품으로 신분 세탁해서 홍보가 되고 있는 상황이.. 제 기준(공대 출신)에서는 확실히 납득이 되질 않더라고요.


어느 배변 봉투 업체의 홍보 문구


그래서 저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을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누구냐 넌?

먼저 생분해 플라스틱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알고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분해가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크게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산화분해성 플라스틱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일정한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소재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일정한 조건'에 주목합시다. 다음으로 산화분해성 플라스틱자외선과 열에 의해 산화가 일어나서 플라스틱의 파편화가 일어나는 소재입니다. 여기서는 '플라스틱의 파편화'에 주목합시다.


자 그럼 제가 왜 '일정한 조건''플라스틱의 파편화'에 주목해달라고 했을까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느끼셨겠죠? 바로 이 두 가지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은 아직 친환경이라고 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조건과 파편화의 실체

생분해성 플라스틱에서의 '일정한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2016년에 개정된 생분해성 수지 제품 환경표지 인증 기준 규정에 따르면 제품의 생분해도는 KS M ISO 14855-1이라는 기준에 따라 측정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 KS M ISO 14855-1은 '퇴비화 조건'에서 플라스틱 재료의 호기성 생분해도를 측정하는 국가 표준 규격인데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아직은 친환경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이유가 바로 이 규격 때문입니다. 시험 환경과 조건을 간단하게 다음과 같습니다.


....6개월 동안 온도는 58도, pH값은 7로 유지하고 어둡고 밀폐된 환경에서 미생물 활동을 저하하는 가스가 없어야 하며... 충분한 공기를 공급하고 산소 농도를 엄격히 제어하며 충분히 호기화된 퇴비를 사용해야 한다... 실험 결과는 45일간 70% 이상 분해되었을 때 유효하다...

- 생분해성 수지 제품 환경표지 인증 기준 규정 中

*유럽 인증 기준(EN 13432) 포함 전 세계 대부분의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 인증은 거의 대부분 이 규격을 따릅니다.


20쪽에 달하는 이 시험 기준은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생분해 비닐(PLA)을 사용하는 제품에는 "재활용 제품이 아니니 일반 쓰레기로 버려주세요."라고 적혀있는데요. 국내에 현존하는 쓰레기 매립지는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소각하면 유해물질이 덜 배출될지는 몰라도 매립하게 되면 생분해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실험실이 아닌 이상 지구에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과연 존재할까요?


산화분해성 플라스틱의 파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재가 분해되는 주된 과정은 보통 자외선과 열에 의해 산화가 일어나서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지게 되는 것인데요. 추가로 쪼개진 후에는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가 진행된다고 홍보하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 분해 조건은 통상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동일합니다. 더군다나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오히려 미세 플라스틱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산화생분해 플라스틱 분해 과정. 잘게 쪼개진 후 퇴비화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 emaze 제공, 그린포스트코리아


너무 이론적인 내용만 이야기한 것 같으니 이해하기 쉽도록 일상에서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스타벅스에 가서 생분해 비닐로 포장된 바나나를 먹었다고 해봅시다. 생분해 포장지(PLA)라고 하니깐 지구를 위하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으로 바나나를 먹은 후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비닐은 보통 쓰레기 매립지로 가서 묻히거나 중간에 이탈하여 바다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두 가지 상황 모두 앞서 말씀드린 시험 조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생분해 비닐도 역시 기존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영영 썩지 않으며 서서히 지구의 숨을 막겠지요.


스타벅스 바나나 포장지에 적혀 있는 문구 / 그린어스스튜디오



거짓말은 아닙니다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제품은 아까 말씀드린 '일정한 조건'을 통과한 제품입니다. 이는 현실에서 유의미한 생분해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전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과정 없이 일어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무시하고 결과만 과장하는 무분별한 생분해 광고가 넘쳐나는 것도 현실입니다. 특수한 조건에서만 가능한 생분해를 마치 땅에 묻기만 하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들은 기만하는 행동이 아닐까요? 적어도 특정 조건에서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문구라도 달아서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판매자로서 가져야 하는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생분해 봉투를 일반 쓰레기로 버리거나 정원에 묻으라고 안내하는 어느 업체 문구


현재 생분해 플라스틱 관련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꽤 유의미한 성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언젠가는 천연소재처럼 자연에 무해하고 현실 조건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이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바뀌면 정부와 기업이 바뀝니다. 이 점을 명심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지구도 변할 수 있습니다.


3개월 후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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