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길을 응원할 수는 없는걸까
현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해 나는 첫 퇴사를 경험했다. 어떤 일도 처음 하는 일은 늘 어려운 것처럼 첫 퇴사도 내게는 꽤 쉽지 않았던 경험이었다. 누구나 쿨하고 멋진 퇴사를 원할 것이고 나 또한 그러했다. 현 직장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난 후 '좋은 곳으로 간다는데 감히 누가 나를 막을쏘냐'라는 마음으로 바뀐지 얼마 안 된 팀장에게 퇴사를 알렸다. 그러자 돌아온 말은 폭언의 경계에서 노는 듯한 말투와 약간의 비아냥과 조롱이었다. 첫 이직을 경험하는 나에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화로 그에게 퇴사를 먼저 알렸던 게 문제였을까. 물론 이런 문제를 전화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경우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제작팀은 사무실에 상주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였고 팀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였다. 때문에 그날은 화요일이었고 만나서 퇴사를 알리기에는 이틀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우선 전화를 걸어 알린 후에 자세한 사항은 만나서 더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내게 돌아온 건 회사를 장난으로 다니냐는 폭언이었다.
리더로서 떠나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정말 그것뿐이었을까. 그 자리에 가면 조직의 기강을 위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훗날 내가 비슷한 자리에 가게 된다면 나 또한 그렇게 행동할까. 퇴사를 하겠다는 후배의 말에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선 축하를 하고 퇴사에 필요한 부분을 알려준 후 서운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그런데 서운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생활'이라는 표면적 이유 뒤편에 숨어있는 남이 잘 되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 아닐까.
그렇게 나는 전화상으로 즉시 퇴사를 통보받았다.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그 부분까지 마친 후 1년 동안 정들었던 곳을 깔끔하게 나오고 싶었지만 그것은 지나친 이상이었다. 부랴부랴 필요한 짐만 간소하게 챙긴 후 동료들과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한 채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정말 아쉽지만 나의 첫 퇴사는, 내 마음속에 불명예(?) 퇴사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