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운트플라워 Nov 07. 2024

지나간 과거가 너무 후회되고 불안할 때

그래도 시간은 앞으로 가지 않는가

인생을 살며 문득 지나간 과거 때문에 불안감이나 후회가 엄습할 때가 있다. 그럴때는 우울감이 뇌에 가득차 아무 의욕도 없어진다. 특히나 후회되는 일이 나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면 후회와 우울감은 배가된다. 살아가며 깨끗한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잘못한다. 똑같은 일이라도 누구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나가는 한편 누구는 그 죄책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서서히 잠식된다.


어릴 때 기억이 꽤 선명한 편이다. 걷지 못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 주변 환경까지 기억할 정도다. 그렇다고 기억력이 뛰어난 편도 아닌데 특히 부정적인 순간의 기억을 오래 가지고 있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지난날의 후회나 잘못들에 대해 꽤 취약한 편이다. 주기적으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기복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들이 되려 눈치를 보게 만든다. 부쩍 적어진 말수, 불편한 말투와 예민함 등등으로 말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그런 행위가 더 심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며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고 또 꽤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처럼 지나간 날의 후회가 엄습하는 날이면 하루를 망쳐버리는 습관은 여전하다.


누군가 말하길 우리가 생각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혹여 일어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거나 지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리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터져나오는 불안과 후회는 막을 수가 없다. <삶은 언제나 답을 찾는다>라는 기시미 이치로의 책에서는 애써 불안을 막으려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럴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렇게 흘려보내면 (-)상태였던 마음이 다시 0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내 손을 떠난 일이며 돌이킬 수가 없다. 시간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간다. 인생은 시간 위에 놓여있고 우리는 결국 살아가야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해야한다.


그래서 불안할 때마다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도 불안감이 너무 클 때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뇌가 우울감에 절여져 있는 상태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 하기엔 너무도 큰 일이다. 밖에 나가 뛰어보기도 했다. 확실히 뛰고나면 한층 나아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밖에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도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어떤 작가가 글을 쓰는 행위는 감정을 종이에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했다. 손으로 쓸 때도 있지만 연필을 꺼내 찾기 보다는 책상에 놓인 패드를 열어 노션을 켜고 빈 페이지에 지금 느끼는 감정을 가감없이 타이핑한다. 지금처럼 말이다. 여기까지 쓰는데 10분이 안 걸린 것 같다. 물론 기적처럼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여전히 지난 일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위안이 드는 건 이렇게 글 한편을 또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용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창작은 경험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나도 그들에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의미에서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이렇게 하나씩 아주 작은 것이지만 이뤄나간다면 그래서 더 성장할 수 있다면 훗날 지나간 일이 나를 찌르더라도 움찔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