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아,
참 이상하지.
난 한 번도 그 숲에 간 적이 없는데,
사진 속
숲의 어둠과 침묵 속에,
내가 있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 네가 말했던 그리움.
문득문득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서 며칠 째 그 감정을 붙들고
힘든 일상을 버티는 중이야.
나는 아직 나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 볼
용기가 없나 봐.
잃어버린 내 감정의 결,
잊은 줄 알았던 그날의 냄새,
나를 노려보던 그날의 시선들에서,
나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껴.
그런 감정들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와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홍아,
그리움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 낯선 감정에서 드리워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어.
꼭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아니라 낯선 나를 향한 그리움이 아닐까 하는.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고 이 방황의 끝은 용기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정면으로 마주 할 힘이 아직 내 안에 부족한가 봐.
그러나 낯선 그 감정을 이제 모른 척할 수가 없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시작도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무엇이 나를 사무치게 하는지,
나는 그 그림자를 쫓아가보려고 해.
용기를 내야 할 것 같아서….
홍아,
사랑해.
나는,
나에게 다짐하기 위해 메일을 쓴다.
겉으로 강한 척,
완벽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척했지만
그 모든 것을 숨기고 살았던 나는,
나약한 ‘문홍’이었다.
내가 숨기며 살았던 내 안의 감정들은
군데군데 소용돌이를 만들며 그 힘을
더 키워갔고 그중의 하나라도 건드려지면
그 소용돌이 속으로 힘없이 휩쓸려 들어가
꽁꽁 숨어버리는 그런 나약한 사람.
그게 ‘문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