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다섯 살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저씨가 과자 줄게 그 대신 누구한테도 절대 말하면 안 된다.”라고 했던 그 아저씨라는 사람.
그가 나에게 했던 유사성행위.
나를 보면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켜 이상한 말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흠칫 놀라며 도망가려는 나를 뒤에서 붙잡고 내 등 뒤로 딱딱한 무엇을 밀착시켜 이상한 신음을 내며 힘껏 끌어안았다. 공포에 떨며 나는 연신 도망치려 안간힘을 썼다.
그때도 그 아저씨가 했던 말
“이건 너랑 나랑 비밀이야!! 누구한테 말하면 너를 여기 가둬둘 거야!!”
대답도 하지 못하고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인 채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날의 그 순간의 공포를 그대로 가슴속에 문신처럼 새겼다.
절대 말하면 안 되는 비밀이었다.
요즘 세상 같았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그때는 1970년대 중 후반이었고 나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 중에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고도 말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합당한 권리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그런 시대였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다섯 살의 기억이 나는 그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너무도 선명하게 상처로 남아 기억 속에 저장되어 버렸다.
그 작은 아이는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그 아저씨는 무슨 생각으로 그 아이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낯짝 두껍게 협박까지 했을까?
그 아이에게 그 마음의 상처가 혹은 문신처럼 새겨진 그 비밀이 두려움이었을까?
무엇으로부터의 두려움이었을까.
감히 다섯 살 꼬마아이에게 되물어볼 수 조차 없는 나의 이기적인 생각들이었다.
가끔 사회적 이슈로 이런 일들이 거론되면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어린이를 증인으로 세우고 그 아이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까.
그날의 그 상황을 나였으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밀폐된 공간에 동네 아저씨와 단둘이 있고 무서운 힘이 가해지고 공포에 떠는 나에게 수치심을 알게 했던 그 상황을 그때의 나였으면 어떻게 설명했을까.
'엄마, 나 무서워요.. 나 우리 집에 가고 싶어....' 소리 없는 외침이 간절하게 귓가에 들린다.
그때 그 아이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어른들은 어디 있었을까?
그 아이가 소리 지르면 누군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구해줬을까?
어떤 두려움이 그 아이로 하여금 비밀을 지키게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