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하나씩 비밀이 새겨질 때마다 나는 이유 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사방의 벽들이 점점 좁혀오고 새까만 무중력의 힘이 나를 빨아들이는 현기증 같은 증상을 겪고 나면 머리를 망치로 두들기는 통증을 남겼다. 바닥에 누울 수도 앉아있을 수도 없이 고통스러웠다.
진득한 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아졌고 점점 친구들과도 관계를 멀리하면서 나는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갔다. 말 수가 줄어들고 가끔씩 허공을 바라보는 멍한 상태를 자주 보였다.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면 학교를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적으로 꽤 자주 일어났다.
이런 날은 오롯이 혼자 집에 남아서 하루 종일 울다 지쳐 잠드는 게 전부였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그 통증들이 공포스럽게 느껴졌었다.
사방의 벽들이 점점 나에게로 좁혀오는 그 압박은 죽을 만큼 공포스러웠다. 그런 공포를 느끼다 기절하는 경험도 수차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할머니께서 청심환을 먹여서 깨우기도 여러 번 했고 어떤 날은 병원에서 눈을 뜨기도 했다.
2년 전 내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와 증상이 비슷했다. 1980년대 그 당시 병원에서는 그저 원인불명의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나는 내 안에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소리를 질러서 내 안에 있는 커다란 덩어리를 꺼내고 싶어졌다. 그런 기분이 반복되던 어느 날부턴가 나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파서 학교에 못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르기를 시작하면 머리가 띵해지면서 기절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어딘가 모르게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다만 목이 따끔거리면서 아프고 목이 쉬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증상들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 금방 회복됐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겼다.
그날도 있는 힘껏 소리 지르면서 내가 내 머리를 감싸고 방 안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데 갑자기 귀에서 엄청난 압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 비행기를 탔을 때 고막 끝까지 밀려 들어오는 그런 압력이었던 것 같다. 금방이라도 고막을 뚫어 버릴 듯한 엄청난 통증과 함께 밀려오는 압력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눈도 뜨지 못할 만큼의 통증에 나는 다시 기절한 것 같다. 얼마가 지났을까 머리의 통증도 사라지고 세상이 고요하다 못해 나 혼자 바다 깊은 곳에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마치 진공상태에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너무나 평온한 그 느낌은 지금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안락함을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평온은 나의 왼쪽 귀의 청력을 잃고 나서 얻은 보상 같은 것이었다.
열 살의 아이가 스스로 자해를 통해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 흔적으로 나는 왼쪽귀의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리고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
왼쪽귀가 이상해졌다고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과정을 겪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진공상태에 갇혀있는 왼쪽귀의 치료시기를 이때 놓친 것 같기도 했다.
왼쪽 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무언가를 말하기도 듣기에도 나는 너무 무기력 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내 마음을 굳게 걸어 잠그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