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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글 쓰는 여성: 6. 여자가 쓴 공포 소설?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2017)의 익명저자 메리 셸리

1.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메리 셸리는 몰라도 목에 커다란 볼트가 박힌 거구의 프랑켄슈타인은 누구나 알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문학, 영화, 만화,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상과학 호러물에서 무시무시한 괴물로 나오는데, 이 괴물은 메리 셸리가 저술한 고딕소설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1816년 메리와 그녀의 남편 퍼시 셸리, 메리의 의붓여동생 클레어, 바이런 경, 의사 폴리도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디오다티 빌라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비가 내려 실내에만 갇혀 지내게 되는데 이때 바이런이 유령 이야기를 지어내어 서로에게 들려주자고 제안한다. 그 결과로 폴리도리는 민간의 흡혈귀 전설에 착안하여 소설 ‘뱀파이어’를 지어내고, 메리는 생명 창조에 대한 에라스무스 다윈의 과학 실험과 지오바니 알디니의 갤버니즘(죽은 개구리 다리에 전류를 통하게 해서 개구리가 마치 살아난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 요법)에 영감을 얻어서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소설을 써내게 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은 단순히 끔찍하고 사악한 존재만은 아니다. 이 괴물은 비록 사람의 시신을 짜깁기하고 전기를 통하게 해서 만들어 냈기에 추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말도 할 줄 안다. 그러나 사람들의 천대와 혐오 속에서 괴물은 자신조차 미워하게 되며 살인을 하고 파괴를 일삼다가 스스로 파멸되어 간다.

      

2. 메리 셸리의 교육과 결혼   


메리 셸리는 영국의 정치철학자 윌리엄 고드윈과 여권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로 태어났다. 지적으로 뛰어난 부모에게서 태어난 메리 셸리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비록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난 지 며칠 안 되어 사망했지만,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은 메리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주고 여러 주제에 대해서 직접 그녀를 가르쳤다. 메리는 또한 아버지가 운영하는 주버나일 출판사의 도서관에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아버지를 방문하는 지식인들과 교류했다.


메리가 나이 열일곱에 사랑에 빠져 가출까지 한 대상 역시 아버지의 교우였던 퍼시 셸리였다. 당시 퍼시는 유부남이었는데 그가 비록 현대에 ‘지성미 찬가’나 ‘시의 옹호’와 같은 시와 시론으로 영문학사와 비평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십 대 소녀와 도주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퍼시는 메리가 연이은 임신과 출산, 아기의 죽음으로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할 때 외도를 하기까지 한다.

   

3. 익명의 저자를 강요받다     


그러나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메리 셸리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출판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 하는 점이다. 메리는 1817년 소설을 완성하고 출간을 시도하는데, 출판사들은 젊은 여성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공포 소설을 써낸 사실에 놀라면서 소설의 내용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저자의 성별에 계속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메리가 퍼시 셸리의 파트너임을 알고는 혹시 저자가 퍼시가 아닌가, 메리가 퍼시의 아이디어를 훔친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던짐으로써 메리를 모욕한다. 결국 메리는 1818년 ‘랙킹턴, 휴즈, 하딩, 메이버, 앤 존스‘라는 작은 출판사에서 퍼시 셸리가 서문을 쓴다는 조건으로 익명 출판을 허락받는다. 이로 인해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의 저자는 퍼시라고 알려지게 되는데, 이 오해는 소설이 1823년 재판을 찍고 메리 셸리가 작품의 저자로 밝혀짐으로써 끝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글 쓰는 여성으로서 메리 셸리가 자신의 저작물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고 익명을 강요당한 실화를 그려냈다. 또한 이 영화는 메리가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작가의 성별로 가치절하 당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이 오랫동안 견뎌내야 했던 출판 관행에서의 불합리와 차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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