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영화 '위대한 개츠비' 1974, 2013

1920년대 뉴욕의 흥청망청, 음악, 춤, 그리고 패션

소설로 잘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 영화들을 찾아보게 된 것은 순전히,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는 1974년 각색영화와 2013년 신작영화를 비교해 보고픈 욕망 때문이었다.


우선 연세 좀 드신 어른들이라면 모두들 기억하실, 세기의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1974년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을 조목조목 잘 살려냈으나 (21세기 감각으로는) 좀 잔잔하고 밋밋하게 만들어진 영화이다. 낭만주의자 개츠비는 로맨틱한 외모의 레드포드가 연기했으며 사랑스럽지만 허영덩어리인 데이지는 원작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미아 패로우가 연기했지만, 미스터리한 플롯이나 격렬한 감정의 충돌 같은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을 휘어잡고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2013년 '위대한 개츠비'이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흡사 뮤지컬이나 연극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조명, 그리고 유흥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비트가 강한 댄스음악을 통해 (1974년 '위대한 개츠비'가 영화의 배경인 1920년대에 유행했던 재즈, 스윙, 찰스턴, 폭스트롯 음악과 춤을 보여준 반면 '2013년 '위대한 개츠비'는 랩, 힙합, 테크노 댄스 등 현대와 21세기 음악과 춤을 보여준다)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이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각색은 장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영화의 오락성은 높였지만 원작보다 오버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과 다르다고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2013년 '위대한 개츠비'에서 루어만 감독이 소설 속 화자 닉 캐러웨이를 영화 속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로 바꾼 부분은 꽤 창조적이고 신선한 각색이라고 느껴졌다. 즉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닉이 개츠비를 소개하는 화자로 나오는데, 2013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닉이 개츠비가 등장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로 나오는 것이다. 마치 액자소설처럼 말이다.


2013년 '위대한 개츠비'는 또한 '재즈 에이지'이자 '광란의 시대'라고 불렸던 1920년대 미국, 좀 더 구체적으로는 뉴욕시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마천루가 들어서고 주식, 채권 등 금융업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범죄와 밀주업으로 도덕이 타락해 가던 시기를 말이다. 한마디로 물질적으로는 부요해졌으나 정신적인 지주는 찾을 수 없었던, '잃어버린 세대'들이 방황하던 시기이다.


1974년 '위대한 개츠비'나 2013년 '위대한 개츠비'나, 영화 속에 나타난 1920년대식 유행 의상을 살펴보는 것 역시 쏠쏠한 재미였다. 여성의 경우 대부분 짧은 커트머리 '보브컷'에 '플래퍼 룩'라고 불리는, 허리선이 낮고 스커트는 짧으며 전체적으로 슬림한 실루엣을 강조하는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남자는 화려한 색깔의 정장에 보터햇을 쓰거나 심지어 백구두를 신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온 자동차 역시 멋있다. 소설에서는 개츠비의 롤스로이스가 주말마다 그의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손님들을 실어 나르고, 2013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개츠비가 닉에게 자신의 애마이자 최신식 컨버터블인 노란색 듀센버그에 대해서 자랑한다


그러나 저러나 1974년, 2013년 두 각색영화 모두에서 개츠비는, 사랑에 눈이 멀어 과거의 연인 데이지를 찾고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재산을 모으고 대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여는 낭만주의자로 나오는데, (비록 재산을 축적한 수단은 잘못되었지만) 사랑에 눈먼 청년 시기에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데이지는 과연 개츠비의 사랑을 받을 만한 여자였을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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