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불편한 분에게, 그리고 페미니스트에게 제안하는 방향성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의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국내 주요 문학상을 여성들이 휩쓰는 가운데, 페미니즘의 전성기라며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문학 더이상 읽을 것이 없다며 반발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 남성들도 많은 것 같다.
'채식주의자'만 해도 육식, 즉 생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면서 채식을 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구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지만, 주인공의 아버지와 남편을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가부장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남성들이 불편해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페미니즘을 불편해하는 남성들은 또한 여성의 서사가 역사와 철학, 정치와 이념 등에 대해서 논하지 못하고 가정이라는 협소한 공간에 갇혀있으며 여성만의 경험과 체험에 머물러 있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강의 '소년이 온다'나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이 역사적 아픔을 담은 소설도 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박경리의 대하 소설 '토지'도 있다.)
영미문학 전공자라서 한국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필자의 사견으로는 많은 여성 작가들이 역사나 정치보다는 남성과의 관계에서의 박탈감이나 소외감, 그리고 관계를 좀더 넓혀서 가정과 인간관계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와 역할 속에서 좀더 소재를 많이 찾는 것 같다. 이것은 여성들이 지적이지 못하거나 정신세계가 좁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여성이 보다 관계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학이니 문화니 싹이 터서 생장하여 꽃을 피운 지난 몇백년이 전부 남성들의 놀이터요 남성들만의 잔치가 아니었던가. 이제 그 시계추가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페미니즘이 좀 부상한들 그것을 너무 못마땅하게 여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여자들이 할 말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페미니즘 문학이 불편한 것처럼 여성들도 그간 여성을 주변화하면서 성적 대상화하기 바빴던 소설들을 읽으면서 공감대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작가들도 일방적으로 남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붙이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신변잡기만 풀어내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본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21세기라고 해도 아직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 예를 들어 1인 가족화, 고령화, 다문화, 교육 문제들, 기술의 발달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들 등이 산적해있으며 여성 작가들은 이런 주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읽은(출판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단편소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단순히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여성이 겪는 조직사회 - 판교 테크노밸리 - 의 진면목을 그려냈으며 스타트업 기업 문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아침만 되면 출근복으로 갈아 입고서 시간 맞춰 직장으로 향하는 모습이야말로 우리네 삶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부분이 아니던가.
최근 한국 소설 읽을 거 없다 하시는 분들 '일의 기쁨과 슬픔'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