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예술적 원동력
더 이상 말할 게 없이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영화가 바로 '시네마 천국'이다. 영화를 좋아하던 꼬마 토토가 고향을 떠나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는 여정에 펼쳐지는 시네마 파라디소 영화관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할아버지와의 우정, 마을 주민들의 유머스러운 단체 영화 관람, 그리고 열병과 같은 엘레나와의 첫사랑... 이 모든 것들이 영화를 몇 번씩 봤음에도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영화의 오리지널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사랑의 상실을 통한 성숙이 이 영화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토토는 엘레나와의 사랑이 깨지지 않았더라면 결코 고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며 영화감독으로 성공하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속적 성공이 다는 아니지만,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토토의 가슴속 깊이 남아 있지만, 영화만이 그의 전부였던 토토가 과연 척박한 지안칼도 마을과 평범한 결혼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처가가 될뻔한 집안과의 생활수준 차이는 어떠한가). 오히려 사랑의 상실이 예술적 원동력과 영감이 되어 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의미에서 토토가 중년이 된 엘레나와 재회하는 장면을 담은 감독판은 참고할 만한데, 감독판에서 알프레도는 토토가 고향에 머물며 엘레나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일부러 엘레나와의 관계를 훼방 놓았고 두 사람은 몇십 년을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극장판에는 나오지 않는 이 장면들은 좀 충격적이기도 한데 알프레도의 의도적인 개입도 그렇지만 첫사랑 엘레나의 풋풋한 아름다움을 기억하던 시청자들은 감독판 중년 엘레나의 초라하게 삭아버린 외모에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아름답던 청춘도 늙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중년이 된 토토가 자신이 청년시절 카메라로 사랑하던 엘레나를 찍어놓은 필름을 다시 꺼내 보는 장면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