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블레이드 러너(1982)

과묵하지만 단호한 남성적 사랑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불리는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 내가 젊을 때 미쳐있었던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조인간이 나온다는 점에서 현재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아틀라스나 옵티머스 로봇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블레이드 러너'의 복제인간은 정확히 말해서 로봇이 아니라 생명공학으로 만들어진 유기체 인간이다. 이 복제인간은 타이렐 회사에서 제조하는데 엔지니어들이 실험실에서 신체조직을 배양하기도 하기 때문에 (인간처럼 피부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의미의) 스킨잡 skinjob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유기체건 로봇이건 간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남자주인공인 릭 데커드와 여주인공인 최신 복제인간 레이첼과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복제인간을 처단하는 형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릭은 타이렐 회장의 요청으로 레이첼이 복제인간인지 아닌지 검사하는 업무를 맡게 되는데 릭은 그만 레이첼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만다.


드러내는 듯 아니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듯 애매모호한 해리슨 포드 특유의 감정표현은 레이첼이 과연 복제인간인지 아닌지, 그리고 다른 도망친 복제인간들은 잡을 수 있을지 말지... 극의 진행과 더불어 긴장감을 더해가며 펼쳐지는데... 특히 영화 '위트니스'에서도 빛을 발한 바 있는 해리슨 포드의 과묵한 애정표현은 레이첼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이나 레이첼과의 키스 장면(벽에 거칠게 밀어붙이며 키스를 하는데 거의 데이트 폭력 수준이다)에서 폭발적으로 질주한다.


좀 찐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는데 이런 거친 애정표현만이 사랑이라는 것은 아니고 진정한 사랑은 조용히 배려심을 가지고 그렇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정임을 알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는 2017년 '블레이드 러너 2049'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2049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남자주인공에게 뭔가 강력한 한방이 없다.


기회가 되면, 구닥다리지만 시각적으로는 지금 보아도 전혀 뒤지지 않는 오리지널 '블레이드 러너'를 감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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