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상실과 아픔, 그리고 메릴 스트립의 격정적인 연기
밝고 시끄러운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현란한 춤과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연애들도 그렇고 조용히 감정을 파고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선호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냉철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중견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다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고, 나는 메릴이 '맘마미아'에서 보여주는 뜨거운 정염과 회한의 연기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자면, 싱글맘 도나(메릴 스트립)의 딸 소피는 자신의 결혼식을 맞이하여 아빠로 추측되는 세 명의 남자를 엄마가 운영하는 호텔에 초대한다. 세 명의 남자, 샘, 해리, 그리고 빌은 도나와 젊었을 때 썸씽이 있었던 남자들인데, 그중에서도 샘은 도나의 첫사랑으로 둘은 열렬히 사랑했지만 엇갈리는 운명의 장난으로 헤어져서 20여년이 흐른 상태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메릴은 솔직히 훌륭한 가수가 아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 스코펠로스섬의 반짝이는 파도를 배경으로 메릴이 아바 ABBA의 그 유명한 곡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하죠 The Winner Takes It All'를 부르며 샘에게 배반당한 사랑과 그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노래할 때, 그녀의 노래는 결코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화면에 두드러지는 것은 중년이 된 도나/메릴의 주름살과 절망과 회한으로 끊어지는 한숨이다.
그렇지만 서투른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내가 메릴의 노래를 들으며 깊이 빠져들게 된 것은 사랑이 끝난 후의 아픔과 이별의 냉혹함을 카드 게임의 승자와 패자에 비유한 노래가사도 절절하거니와 그 사랑의 상실과 고통을 노래와 온몸으로 표현하는 메릴의 혼신의 연기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다.
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겪어온 일들에 대해
내게 아픔을 주지만
이제 다 지난 일이죠
난 내 카드를 모두 내보였고
당신도 마찬가지였죠
더 할 말도 없어요
더 낼 에이스 카드도 없죠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고
패자는 초라하게 서 있죠
승리 옆에서
그게 그녀의 운명이죠
이어지는 노래 후반부에서 메릴은 아직도 샘을 그리워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가정을 이루고 있기에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의 결말에서 샘은 자신이 이혼남이며 아직도 도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도나는 여행을 가기 위해 결혼식을 미룬 딸 소피 대신 새신부로서 샘과 결혼식을 올린다.
'맘마미아'는 2편이 개봉되었으며 3편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내용이 궁금하다. 빨리 개봉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