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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세 Mar 17. 2019

여성에게 종교는 없다 3

모태신앙에서 못해신앙이 되기까지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신교新敎에 대한 앙심.

 트위터에서 봤던 트윗 패러디. 구교신교할 때 그 신교, 개신교. 즉 기독교.

 신에 대한 앙심...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구조가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주제 삼아 또 주저리 거려야지.


 1탄에서도 말했다시피 난 모태신앙이었다.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는 나를 젖 먹던 시절(으!)부터 봤다고 했었고 내 유년시절은 교회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귀여운 아이"였다ㅋㅋㅋㅋㅋㅋㅋ으악. 이름도 교회에선 흔한 이름이라 어른들이 항상 내 이름 뜻을 알면서도 물어볼 땐 "발랄하게" 대답해드렸다.


 그리고 지금은 못 해~! 신앙인, 안 해 신앙인, 때려쳐 신앙인.

 못해신앙 이거 나름 교회 내 유머인 거 알실랑가몰라. 모태신앙이 아닌 사람들은 "하나님만나는순간"을 경험하고 끓는 물처럼 "뜨겁게" 신앙생활하는데 모태신앙들은 교회나, 신앙이 너무 익숙한 상태라 뜨뜻미지근하다고 그래서 못해~신앙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뭐 어쩌라고


3탄 : 날것의 의문



 그런 얘기도 있다. 목사 자식은 완전 바르게 자라거나 완전 삐뚤게 자라거나 둘 중 하나라고.


 그런데, 자기 결정권도 없이 종교가 생겼는데 멀쩡히 다니기를 바라는 건 욕심 아닌가?

 모태신앙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강제로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 중에 기독교 싫어하는 사람 정말 많다. 납득할 수 없는 교육들이 그들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나도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기 전엔 나름 교회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 않아서, 그리고 내게 교회는 너무 당연한 곳이라 바람 따라 물 따라 가족 따라 흘러가는 대로 다녔는데, 자아가 좀 생기니까 어쩐지 슬슬 다니기가 싫어졌다. 중학교 올라가고서는 교회에서 친구가 없던 것도 큰 몫을 차지했는데,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어지고 성경도 안 믿기고 학교 친구들하곤 '신은 없는 거 같애!'하고 떠벌떠벌 떠들기도 했다. 모부하고 예배 시간대가 달라서 나랑 남동생은 따로 셔틀을 타고 교회를 갔었는데 딴 곳으로 새기도 하고, 가더라도 잠이나 퍼질러 잤던 거 같다.(그 예배당 의자가 참 편했는데)


 그리고 중3 때 교회에서 학원처럼 운영하는 교육기관에 다니게 됐다. 그러면서 다시 친구도 생기고(지금까지도 정말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거기서 사귐) 교회도 다니게 됐는데, 치기 어린 우리에겐 의문이 있었다. 일반적인 학교 공부도 했지만 그와 함께 성경 공부를 엄청나게 시켰는데 그 지식의 홍수 속에 사춘기 소년들은 날것 그대로의 의심을 품고 기독교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의문점들을 녹음으로 남겨놨었고 1~2년 뒤 세뇌/가스 라이팅 당한 후 다시 발견하게 돼서 감회가 새로워 페북에 글을 남겼던 것을 가져와봤다. (페북은 탈퇴했지만 백업해둔 걸 복붙 해옴)

1. 왜 힘들 때 무조건 기도를 해야하는가 2. 응답은 어떻게 받는것인가? 3. 왜 원수를 사랑하라면서 성경에서는 하나님은 다 죽여버리는가 4.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걸 사단이 주는 생각이라고 하는가 5. 부모님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게 죄인게 이해가 안된다. 6. 아브라함이 아니라 이삭을 시험했을때 이삭은 아브라함을 죽였을까 7. 왜 하나님은 사울을 버렸??는가 8. 실수가 없는 하나님이지만 왜 사울을 왕으로 세운걸 후회하시는가 9. 왜 모든지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모든것을 그렇게 넘어가는가 우리가 철도없고 신앙도 없었던 중3시절에 궁금해 했던 질문들 우리 많이 성장했지?ㅋㅋㅋㅋㅋ (오글)

 성장은 무슨 너네 세뇌당함

  그때 이 글에 누가 그래서 답은 얻었냐고 달았던 거 같은데 답을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16살, 어린 나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때 이미 기독교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저 '기도해줄게'라고 퉁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기도한다고 정말 나아지나? 사랑의 하나님이라면서 선택받은 족속 외에 인간들은 무참히 죽여버리는 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4번과 9번이 굉장히 핵심을 찌르는데

 기독교 '사상'에 의문을 가지면 사단이 주는 생각이라고 가스 라이팅 한다. '네가 믿음이 없어서 그래.', '네가 하나님을 만나지 못해서 그래.' 사람은 사고하는 동물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있어야지 무언가에 의탁해서 사고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의문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고가 건강하다는 것인데 의문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덮어놓고 믿으라고 하면 믿어지는 것인가? 기독교는 경험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 비논리적 경험들이 신의 존재를 대변하고 있다.(영적 경험에 대해선 다른 탄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계획. 내가 힘들고 내가 괴로운 것이 신의 뜻이고 신의 계획이다. 나중에 잘 풀리면 그것은 의미 있는 고난으로 해석된다. 웅웅 독교 말 다 맞아요. 제가 탈종교한 것도 신의 뜻이에요.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어요.

 찬양팀에 있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간적으로 부딪힌 남자들이 참 많은데 기독교 사고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아, 이 친구들이 있기에 내가 페미니즘을 더 공부할 수 있었구나! 내가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페미니즘을 더 깊이 알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20살 때 굉장히 '신앙적으로' 방황했었다. 술과 담배도 안 했을 시절이었음에도 교회에 있으면서 힘들어했다. 20살에 할세에게 누군가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면 좀 더 탈종교를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신의 존재를 믿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꼭 '한국교회' 내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그때에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역시 페북에 올렸던 20살 할세의 고민 글로 급마무리.

어렵다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거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버리고 우리 서로 사랑해 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더 존중하고 더 사랑하는 것이 구별된 자로서 할 일이 아닌가 갑자기 나는 교회에 왜 다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그분께 빠져있는 건지 아니면 교회에 빠져있는 건지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교회 20년을 그렇게 살았다 주말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게 되었다 불만은 없지만 제대로 가는 건가 싶다 으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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