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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와 사랑이 루나와 은혜

by 로즈릴리

"야 이루나, 너 제대로 좀 써라"


"내가 전문 작가는 아니잖아"


"그렇다고 여자 주인공을 이렇게 허접하게 설정하면 되냐?"


우리는 루나가 쓴 소설을 연극 대본으로 각 복사하여 돌려 읽었다. 읽고 나서 솔라가 루나에게 다그쳤다.


나도 끼어들어 한마디 쏘아붙였다.


"야, 내 이름이 사랑인데 사랑을 오염시키지 말아줘

사랑한다면서 남자 주인공이 함께 떠나자는데 자신의 상황과 처지 운운하면서 안떠나는건 사랑이 아니야"


"그럼 그럼 사랑은 쟁취하는거야, 상황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함께 있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솔라가 말했다.


"야, 함께 안 떠난건 그렇다고 쳐, 근데 사랑한다면서 기다려야지 기다리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 두고 다른 남자랑 홀라당 결혼까지 해버리는건 또 뭐냐"


난 도무지 그 여자 주인공의 사랑으로 포장한 이기적인 사랑법이 이해가 안되어서 물었다.


"그러게 말야, 그래놓고 전남편이 죽자마자 사랑한다는 미혼 남성에게 와달라고 연락을 해? 그건 사랑이 아니야, 상대를 얼마나 가볍고 우습게 보면 그딴 행동을 하냐?"


솔라가 역시 비웃듯 말하자 루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변명하듯 말했다.


"이건 그냥 소설일뿐이라고"


루나의 말끝에 조용히 있던 은혜가 나섰다.


"음..루나야 너 소설 아무나 쓰는거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왜 소설을 안 읽는줄 알아? 쓰는 사람이 밑도 끝도 없이 공부도 안하고 막 쓰니까 그래, 적어도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한국작가들 봐, 얼마나 매력적인 소설을 썼니

그분들은 그냥 글 쓰는게 아니야,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 소설 이론이나 기법 등도 공부하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오직 소설에 전업하신 분들이야.

요즘 개나 소나 소설 쓴다고 소설 나부랑이 흉내내는거 보면 가소롭다"


항상 조신하고 얌전한 은혜가 이번에는 거침없이 팩트 폭격을 했다.



솔라가 말했다.


"나 이번 학기 마치면 아버지께서 미국으로 건너가라고 하시는데 루나야 너 함께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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