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는 유학을 떠났고 루나는 군대에 입대했다.
은혜는 임용고시 준비에 들어갔고 사랑이는 연극영화과로 전과했다.
네 사람은 자신들의 진로와 미래를 대비하며 잠시 헤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했다.
솔라는 미국 서부에 있는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교에 들어갔다.
주전공은 경제와 경영이었지만 농구 동아리에 들었고 주일이면 한인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농구 동아리에는 12명의 단원이 있었는데
중국과 일본에서 유학 온 아시아 학생들도 서너명 있었다.
그 중 일본에서 온 '라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라이는 몸으로 농구를 하는 것 빼고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팀원들은 몇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도 라이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서라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듯 보였고 그 방식으로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일종의 함구증으로 나타났다.
어느 날 농구가 끝나고 솔라가 라이에게 스포츠 이온 음료를 말없이 건넸을 때 라이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고마워"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짧은 한마디 뿐이었지만 또박또박 한국 말로 분명하게 말했다.
솔라의 지도교수는 미국인과 캐나다인 두 명이었다. 미국인 지도교수는 주로 학업을, 캐나다인 지도교수는 학교생활의 전반적인 상담을 맡았다.
솔라가 수업을 마치고 4층 강의실을 나와 1층에 있는 카페테리아 입구에 들어섰을 때, 낯익은 얼굴이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솔라는 눈 앞에 서 있는 임선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너, 너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나, 디자인 공부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일주일 전에 들어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