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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소설같은 솔라의 삶이 시작되었다

by 로즈릴리

(임선정) "나 오늘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 여섯시까지 여기로 나와주면 좋겠어."


선정은 솔라에게 노란색 정사각형 포스트잇 한장을 건넸다.


(임선정) " 정말 정말 중요한 이야기니까 꼭 나와 "


작은 종이에 주소가 적혀 있었다.


솔라가 눈으로 더듬더듬 주소를 읽고 있는 동안, 임선정은 치마자락을 휘리릭 휘날리며 눈 앞에서 총총 멀어져 갔다.


오후 여섯시, 솔라는 주소를 찾아 선정이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

넓은 잔디밭에 테라스 여러개가 있는 야외 레스토랑이었다. 선정은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임선정) " 니가 궁금할 것 같으니까 뜸 안들이고 그냥 말할게. 나... 나 아기를 가졌어. "


솔라는 마시던 음료를 목에 넘기다가 잔을 내려 놓았다. 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솔라) " 설... 설마? "


(임선정) " 그래. 맞아 니가 생각한 설마가 맞을거야 "


(솔라) "무슨 말이야?"


(임선정) "아기 아빠가 너 맞다고 "


(솔라) "뭐, 뭐라고? 어떻게 그, 그럴 수가 있지?"


(임선정) "너 미국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 기억 안나? 너 떠난다고 친구들과 함께 모여 송별파티 했었잖아."


솔라가 유학을 가기 일주일 전, 친구들과 밤을 지새우며 송별 파티를 했다. 달마저 모습을 감춰 달 없는 캄캄한 밤이었다.

솔라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잘 안났지만, 선정은 마지막까지 솔라의 곁에 있었고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헤어졌다.


(임선정) "오개월 지났고 이제 벌써 6개월째 접어 들었어."


선정은 이어 말했다.

(임선정) "지금 한국은 새벽이니까 아마 오늘 점심때쯤 부모님들께서 만나실거야. 엄마가 만나서 의논하겠다고 하셨어."




삶은 달콤한 파티장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달콤한 파티를 즐기지만

파티가 끝나면 좁은 통로를 빠져 나와 외롭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달콤한 포도주를 나눠 마시며

즐거움을 빌리고 달콤함을 나누지만

인생의 쓴 포도주는 혼자 맛보는 것

세상에 홀로 와서 왔던 길을 혼자 되돌아가는 것처럼

인생의 쓴 맛은 혼자서 마시는 것


삶 / 주은혜



연극부에 있을때 은혜가 쓴 시였다.

솔라는 머릿 속에 저 시가 둥둥 떠오르며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솔라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잔디밭 위에 풀썩 주저 앉았다.


다음날, 솔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솔라) "여보세요"

(어머니) " 밥은 먹고 다니냐?"

(솔라) " 네 "


(어머니) "너도 지금쯤 다 알고 있을테니 거두절미하고

선정이만한 신부감도 없을테니 시일내 결혼식은 조용히 미국에서 올리는게 좋을 것 같다."


(솔라) "네? 겨 결혼이라니, 저는 이제 겨우 스물 한살이라구요."


(어머니) "그러게 왜 칠칠치 못하게 너답지 않은 행동을 했니. 쯔~~~

벌써 6개월에 접어 들어서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야 할 운명이다."


(솔라)"저 생일이 아직 안지나서 미국 나이로는 이제 겨우 열아홉살인데

제, 제가 아기 아빠가 된다구요? 저는 아직 군복무도 마치지 않았다구요."


(어머니) "이 상황에 군복무는 무슨, 쯔~~~

거기에서 선정이랑 함께 공부 마치고 이모부 회사에서 일도 좀 배우고 몇년간 푹 눌러 있다가

미국 시민권 따면 한국으로 귀국하거라. 쓸데 없이 한국 군대에서 2년간 시간 낭비할 생각 말고."


(솔라) "어, 엄마, 저 저는 무엇보다 선정이와 결혼해서 평생 함께 할만큼 선정이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리고 한국에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인간적으로 사랑에 빠진 사랑하는 루나가 저를 기다리고 있다구요. 흐흐흑..."


(어머니) "솔라야, 아들아!

세상은 말이다.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단다. 니가 책임 질 행동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아빠 없이 세상에 태어날 아기는 무슨 죄니?

아기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선정이만큼 이쁘고 좋은 조건의 애도 드물고,

아버지 회사와 선정이 아버지 회사가 조우하여 얻게 될 시너지 효과는 정말 크다."


그날 밤,

솔라는 침대에 누워 눈이 말똥말똥한 상태로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한국 나이 스물 한살, 미국 나이로는 열아홉에 아기 아빠가 되는 것도 두려웠지만, 임선정과 동고동락하며

평생을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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