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든 사회자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그러나
솔라의 발걸음은 힘차지 않았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위풍당당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은 신부 임선정양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산봉우리처럼 퍼진 다홍색 비단 치마와 연두색 노란색 줄무늬 저고리를 입고, 임선정은
아버지의 오른 손을 꼭 붙잡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갔다.
결혼식은 솔라가 다니는 워싱턴 대학교 근교 야외 예식장에서 전통 혼례식으로 이루어졌다.
임신 6개월이 된 임선정의 배가 동산처럼 부풀었기 때문에 허리가 잘록한 웨딩 드레스를 입을 수 없었다.
볼록한 배를 아름답게 가릴 수 있는 한복은 선정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야외 푸릇푸릇 넓은 잔디밭
해는 구름을 반쯤 품은 채 좀처럼 얼굴을 활짝 드러내지 않았다.
날은 그리 맑은 것도 흐린것도 아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주례 선생님 앞에 선 신랑과 신부는 고개를 약간 숙인듯 하였으나
솔라와 선정 두 사람의 뒷모습은
스물 한살 새신랑과 새신부의 어설픔과 수줍음 같은 풋내가 잔뜩 묻어 났다.
두사람을 지켜 보는 가족들과 결혼식장의 하객들은 사심없는 축하보다는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다감한 감정이 일었다.
신랑과 신부 그리고 하객들의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선정이 입은 다홍치마에 자잘한 꽃들이 갸웃갸웃 고개를 내밀며 수줍게 피어나고
선정이 머리에 쓴 화관에 장식되어 있는 나비들이 꽃을 향해 튀어 오를 듯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솔라는 남자치고 속눈썹이 길었다.
임선정의 머리에서 나비가 흔들릴 때 솔라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