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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여행 첫날

by 로즈릴리

솔라와 선정은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보스턴으로 향하는 세시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은 두사람은 말이 없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신부 단장을 하느라 아침을 거르고 점심도 대충 제대로 먹지 못한 선정은 배가 몹시 고팠다.

뱃 속에 아기까지 있어서 두사람 몫을 먹어야 하지만 한사람의 식사량도 충분하지 않았던 탓에 선정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가 고픈 것은 솔라도 마찬가지였다. 분주히 움직이느라 식사를 거르다시피했다.

그러나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선정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선정) "기내식은 몇시쯤 나올까... 나 배고파 죽을 지경이야"


(솔라) "글쎄 지금 세시니까 빨라야 다섯시쯤 나오지 않을까"


(선정) "나 못참겠어, 아기도 배가 고픈지 발길질을 하네"


솔라가 일어나서 기내용 여행 가방을 열고 오렌지 두 알을 꺼냈다.


(솔라) "자, 이거라도 먹어봐"


솔라가 선정에게 오렌지를 건네자 선정이 뾰루퉁하게 말했다.


(선정) " 껍질도 안벗긴채 먹으란 말야?"


솔라가 푸욱 한숨을 내쉬며 오렌지 껍질을 벗겨 선정에게 내밀었다.


한숨을 푸욱 내쉬는 솔라의 모습에 실망한 선정은 서운함과 울분이 갑자기 치밀어 올랐다.


(선정) " 난 뭐 안힘든줄 알아... 아까도 결혼식장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인상만 쓰고 있고

너 이럴거면 그냥 우리 헤어지자"


선정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마침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솔라는 잠시 주위를 살피며 어쩔줄 몰라 하다가 더욱 더 굳은 침묵으로 입을 무겁게 다문 채

이제 눈까지 지그시 감고 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비행기 안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울던 선정이 눈물을 멈추고 솔라를 바라보니 솔라는 잠을 자는 것도

아니면서 잠자는 척 눈을 감고 한마디 말도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다만 선정의 목에 영롱하게 걸린 산호빛 진주 구슬 목걸이와 푸른 빛으로 빛나는 블루 다이아몬드 반지가

비행기 안 LED조명에 반사되어 화려하게 빛났다.


몇시간이 흘렀다.


스튜어디스 세 명이 식사 운반대를 밀고 가까이 다가와 어떤 메뉴를 먹을건지 물었다.


솔라가 음식을 고르려고 하는 동안 갑자기 임선정이 손을 저으며 메뉴 고르기를 사양하면서 식사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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