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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 Oct 25. 2019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남극 세종기지 윤호일 대장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극한의 환경인 남극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이라 그런지 까무잡잡한 피부에 단단해 보이는 근육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삼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강연 내내 제자리에 서 계시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정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사실 나는 남극 기지에는 박사 과정을 이수한 최고의 엘리트만 가는 줄 알았는데, 이 강연을 통해서 이런 인력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조리원도 있어야 하고 배관공, 중장비 기사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했으며, 이런 사람들을 모두 모아 남극기지 월동연구대를 구성하였다. 


극한의 추위, 좁은 연구 기지에서 날씨가 풀리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이고 기지 안에 갇혀 있어야 하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간 갈등이 일어났다. 심한 경우에는 동료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는데, 남극 기지 대장은 이런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잘 풀어서 원하는 연구를 기간 내에 아무 사고 없이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었다. 이번 강연의 핵심이 조직력에 대한 것이라 윤호일 대장은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부하 사원 중 똘아이가 있지요? 그 똘아이만 없어지면 세상이 행복할 거라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그 똘아이가 없어지면 그 똘아이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던 두 번째 똘아이가 나타납니다. 그럼 그 두 번째 똘아이를 쫓아내면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편할 거라 생각이 들지요. 그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세 번째 똘아이가 나타납니다.

이게 인생입니다. "


이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계속 뫼비우스 띠가 생각이 났다. 

윤호일 대장이 말한 거처럼 내가 가장 고민스러운 일이 사라지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새로 나타난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지만 결국 다른 문제가 또다시 나를 괴롭힌다. 언젠가 나의 문제에 끝이 있기를 바랐건만, 뫼비우스 띠처럼, 윤호일 대장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며 내 생각에 강력한 도장을 찍어 주었다. 결국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끝없이 발생되기에 현재 문제에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오늘 강연의 결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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