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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 Nov 16. 2019

[프롤로그] 살아남은 자는 부활을 꿈꾼다

한때 세상을 뜨겁게 했던 존재가 있었다.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자신의 생각을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존재. 

우리는 기존과 다른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였다. X세대로.. 

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학력고사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대학 입시 제도가 변화하는 단계에서 한 번의 혼란기를 겪었으며, 학창 시절이 끝날 무렵  IMF라는 국가부도위기를 맞아 취업 전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겪어 봤다. IMF를 겨우 극복해내니 이제는 미국발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를 다시 한번 겪게 되었고 사회 초년생 때 부동산 폭등기가 찾아와 주거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호황기를 누려봤던 586세대와 달리 X세대는 화려한 등장에 비해 제대로 그들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심한 폭우에 시들어버린 아네모네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어느 날 우연히 KBS 2TV 예능프로그램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보게 되었다. 프로그램 패널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바로 창원 LG의 현주엽 감독이었다. 예능 방송이다 보니 농구 감독의 무거운 위상보다는 먹신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사실 그는 한때 우리나라 최고의 농구선수였다. 현주엽 감독의 활약상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90년대로 돌아가야 한다. 짧은 우리나라의 농구 역사에서 팬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기는 90년대 일 것이다. 장동건 출원의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대히트를 쳤고,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이 크게 유행을 하였다. 미국에서는 마이클 조던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기에 가까운 농구 기술로 많은 농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주엽은 이 당시 고려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농구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연세대를 대표하는 서장훈 선수와의 맞대결은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였으며, 많은 학생들이 이 농구 때문에 고려대와 연세대 입학을 꿈꾸기도 하였다. 하지만 사라진 X세대처럼 이들도 농구도 사람들 마음속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최고라고 불렸던 이들이 코트를 떠나도 환한 미소로 그들을 아름답게 보내주는 팬들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은퇴 후 이들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천천히 지워져 갔다. 


2019년 우연히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환호했던 X세대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었다! 생존을 위해 땅속 깊은 곳까지 기어야 했던 잡초가 아닌 바오밥나무가 되어서 세상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선수 생활을 떠난 현주엽이 LG 창원의 감독이 되어서 돌아온 것처럼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 매개체가 되어서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낸 X세대는 회색 마법사가 되어 돌아온 간달프처럼 다시 부활을 예고하고 있었다. ‘386세대유감’에서는 존재감 없는 x세대라 칭하기도 했지만 생존이 우선이었던 이들에게 존재감은 사치일 뿐이었다.  
 

 살아남은 자는 부활을 꿈꾼다. 
 

 우리나라의 모든 시련을 경험한 X세대는, 유일하게 호황기와 부동산 폭등기의 혜택을 받았던 586세대와 달리 세대 간 갈등 없이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서 다시 돌아온 것이다. 20여 년 전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우리를 떠나버린 친구를 다시 재회하는 마음으로, 세상은 X세대의 컴백에 기쁨의 포옹을 한다. 1995년 서태지의 컴백홈을 들으면서 귀가를 했던 그 신세대가 이제는 BTS의 Home을 들으며 지친 한국에 활력을 심기 위해서 Come back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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